"추상화, 해석보단 가슴으로 느끼길"

박성수 작가는 최근 비구상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년작가인 그에게 비구상은 도전이다. 작가의 나이인 30대는 인생에서 아직 여물지 않은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비구상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주변의 우려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박 작가를 오랜 시간 지켜봐왔던 이들은 그의 작품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원을 보낸다. 주변의 우려와 응원을 동시에 받고 있는 박 작가를 작업실에서 만났다.
/편집자주


박성수 작가는 자신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자연스럽게 비구상으로의 변화를 거쳤다.

2007년 첫 개인전을 연 작가는 주변의 소소한 풍경들을 작품에 담았다. 당시의 작품들은 구상작품들이다.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담고 싶었어요. 그랬더니 나무와 풀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관심이 없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새로움으로 다가왔어요. 내가 관심을 가지니 이것들이 실제 내 생활의 소중함으로 다가왔어요. 마치 공기처럼.”

작가는 잔디밭부터 시작해 나무, 동물들까지 그려나갔다. 이와 같은 작품은 2008년도까지 이어졌다.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던 작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사람에게 갔다. 주변 사람의 연결고리는 결국 내 자신이었다.

2009년 작가는 주위의 인물과 자화상을 작품으로 내놓았다. 다른 색을 사용하지 않고, 붓과 먹물로만 표현해 냈다. 그가 표현한 인물들은 사실적이지 않았다. 형태만 있다.

“한국화의 물성이 좋았어요.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사람의 생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마 이때쯤이 구상에서 비구상으로 넘어가는 단계였을 거예요.”

한국화에서는 사의적 표현이라는 용어가 있다. 보이는 대상을 그림으로 표현하지만 대상에 내재된 것을 작가의 것으로 만든 다음에 자신의 생각과 관념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대나무나 난을 칠 때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청렴, 절개를 마음에 담고, 스스로를 다스리며 붓을 잡는다. 작가는 이러한 사의적 표현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작가의 작품은 점차 추상으로 발전하게 됐다.

“인물들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많이 담아내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표현방식이 간소화되기도 했고요.”

한동안 인물을 선보이던 작가의 시선은 2013년 확장된다. 주변을 관찰하며 내면적 이야기를 했던 작가는 자신과 사회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터넷, TV와 같은 시각매체에 주목한 것이다.

“TV에서 광고모델이 사람들에게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역할을 하잖아요. 시각매체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또 과학이 사람에게 미치는 것 등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들에 대한 소재를 찾게 됐어요.”

2013년 그가 선보인 개인전의 주제는 ‘불특정, 동시다발’이었다. 2001년 발생한 9.11테러를 보면서 생각해 낸 주제다. 당시 불특정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작가는 이 처참한 상황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시각, 인터넷 매체들 역시 불특정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때 작가의 작품에는 다시 색이 등장했고, 구상과 비구상이 혼재했다. 이후 2015년에는 스프레이를 이용한 또 다른 작품을 보여줬다. 색도 많아졌다.

“색도 많아지고, 붓이 아닌 스프레이를 이용한 작품을 보여주니 심경의 변화가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심경의 변화라기보다는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의 연장선이고 변화였어요. 점진적인 연관성을 찾다보니 내재돼 있던 색들을 써보게 됐고, 구상이 해체되기도 한 것이죠.”

2016년 전북도립미술관 전북청년전에서 선보인 작가의 작품들은 추상성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의 이런 작품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는 추상에 도전해봐야지 하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에요. 변화과정을 겪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죠.”

추상화를 어렵게 느끼는 관람객들에게 작가는 스스로 느끼는 감정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했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개개인의 해석이 뒤따르죠. 자신의 감정대로 작품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무엇인지 해석하는 것보다 감정에 의존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프로필

2013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일반대학원 졸업

2007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2016 On-Line, Gallery d'Arte, 뉴욕, 미국

2016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전,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주

2015 전생연구-우리, 언제, 얼굴, 보지, ?. 인디아트홀 공, 서울

2014 회귀-소년, 경기창작센터, 경기도

2013 불특정, 동시다발, 우진문화공간, 전주

2013 fortyfivedownstairs 갤러리, 멜버른, 호주

2012 허리높이의 일상, 영은미술관, 경기도

2011 지도 없는 여행객, 보라갤러리, 서울

2011 박성수 개인전, 서신갤러리, 전주

2009 삼형제의 막내, 노암 갤러리, 서울

2009 삼형제의 막내, 서신 갤러리, 전주

2008 정원 _ 고유영역, 우진문화공간, 전주

2008 정원 _ 고유영역, Espace J Gallery, 상하이, 중국

2007 정원 _ 고유영역, Art Scola Gallery, 상하이, 중국

/윤가빈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