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허리 이하 흔들려선 안돼 마지막까지 시선은 공을 향해 삶을 대하는 기본자세 다름없어

학창시절 체육을 좋아했던 기운이 그대로 이어져 이젠 생활체육인으로써 정신, 육체적 스포츠를 다양하게 시도해 오고 있다.

‘즐긴다’는 표현이 적합한 종목을 아직 찾지 못해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지만, 운동이 기여하는 여흥과 여유는 느낄 수 있다.

모든 스포츠를 망라해 다양한 경험은 공식과 같은 이치가 존재한다.

분석에 이르는 실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기본기라는 핵심가치는 전 영역에서 상통한다.

그래서 그 ‘기본’에 대해 나름의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단지, 여러 종목을 다뤄봤다는 일종의 객관성 토대 위에서 말이다.

내가 느낀 각 종목의 정수를 꼽아 보자면 궁극의 예술로도 손색없는 현란한 기술들이 많다.

그러한 기술들 위에 서는데 까지 공인된 공식이라면 ‘기본에 충실하라’는 불변의 진리가 관통한다.

나의 운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신체보다 정신을 우위에 뒀던 가풍 탓인지 정신 스포츠의 정점인 바둑의 매력에 강하게 끌렸었다.

고고한 자세 뒤에 숨은 치밀하고 치열한 수 싸움은 세상에 이보다 우아한 에티튜드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날고 기는 이들의 리그에 진입하기엔 머리가 너무 무겁다며 알아서 꼬리를 내려 편하게 접근하고 적당히 즐길 수 있었다.

바둑에서는 ‘기본’이 ‘포석’이라고 정리해봤다.

이는 대국을 시작하고 초반 진행 단계를 말하는데, 어떻게 하면 집을 더 많이 차지할까 나름대로의 작전을 짜는 단계, 축구 경기로 비유 하자면 경기 전반 5분~10분이다.

총론을 세우고 그에 따른 각론들이 탄생하듯이 바둑에서의 포석은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이 부실하면 정석도 불가능 할 것이요, 형세는 불리한 쪽으로 흐를 것이고 자칫하면 불계패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지도 모른다.

현란한 기술도 포석 위에서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두 번째 스포츠는 테니스다.

누구나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나의 관점에서 테니스의 기본이라면, 포핸드든 백핸드를 날리고 나서 항상 라켓을 원위치 하는 스탠스라고 생각한다.

타구가 어디로 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어떤 종류의 공이라도 칠 준비가 되어있는 자세다.

보통 기마자세라고 불리는 스탠스로 빨리 되돌아가는 것 말이다.

과잉감정의 사회에서 담백한 정신 유지를 위해 신속하게 잡념을 비워야 하는 일상과 맥을 같이 한다.

세 번째로 탐닉한 스포츠는 승마다.

동물을 끔찍이 사랑하는 내가 열광해 마지않았던 스포츠인 승마는 말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상이었다.

2m 남짓 높이의 말안장 위에서 경쾌한 속보의 움직임에 흩날리던 말의 갈기와 쫑긋한 귀를 바라볼 때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희열감을 느꼈다.

물론 낙마 위험에 대한 절대적 두려움이 내재한 건 사실이다.

승마자들에게 불문율처럼 자리한 진리는 ‘떨어져도 잘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들에게도 낙마소식은 새로운 게 아니다.

그러면 어떤 낙마가 좋은 낙마인가. 코치 선생님이 내게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 철칙이 있었다.

절대적으로 두 다리(허벅지)를 말에게서 떼지 말라는 것. 즉 중심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것. 승마자의 하체가 말과 일신이 되어야만 혼연일체가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고삐를 놓아선 안 된다.

자동차로 치면 핸들에 해당되는 고삐는 말에게 중요한 지침서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 말의 정신줄이 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고삐를 끝까지 놓지 않으면 설사 낙마 하더라도 외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기본만 숙지하고 지킨다면 보다 즐거운 승마를 즐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네 번째 스포츠는 골프다.

골프의 진행 상황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뭐라 정리를 하기 쉽지 않지만, 여타 다른 스포츠의 경험과 비견했을 때 유사한 공식을 얻을 수 있었다.

‘신체 중심부, 특히 허리 이하 하체에 중심이 서야 하며 흔들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두 팔은 정해진 싸이클대로 끝까지 밀어주는 유연한 편인데 반해 두 다리는 중심축이 되어 타구 시점에 힘을 보태야 한다.

모든 구기 종목이 그렇듯 마지막 순간까지 타깃인 공에 대한 시선을 놓치면 안 된다.

‘공을 끝까지 보라’는 얘기를 여러 스포츠를 통해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이는 기본 중에 기본인 것이다.

목표물을 향해 제대로 준비된 자세(어드레스 혹은 스탠스), 그리고 목표물을 끝까지 주시하는 의지와 인내, 수단이 필요하다면 그 수단과 혼연일체는 되어야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삶을 대하는 기본자세와 다름없다.

기본은 철학이다.

기본을 망각하고 여유를 부리는 건 철학부재의 산물에 진배없을 것이다.

난 이제까지 여흥과 여유만 부릴 줄 알았지 기본에 대한 고민과 의지는 부족했다.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고 실력을 향상시키면 각 종목에 대해 분석도 가능한 날이 올까? 그것은 끝없는 노력으로 인정과 찬사를 받아 온 선수들의 몫으로 남겨둬야 할지 모른다.

그들은 이미 즐기는 경지에 올라 있을 테니 말이다.

/조정란 동네서점 조지오웰의 혜안 대표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