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 최재용  

요즘 날씨예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부분이 미세먼지다.

그런데 예보를 여러번 듣다보면 멘트가 유사하게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내일은 미세먼지가 많은데 중부지방은 오전까지, 남부지방은 오후까지 계속되겠고 특히 강원, 충북, 전북은 심하겠다’’는 것이다.

또 비슷한 흐름은 간혹 언론에도 등장한다.

‘전북의 최근 3년 미세먼지 평균농도가 세 번째로 높아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

우리 지역은 유독 심하다고!  정말 그런 것인가? 그 비교 근거가 되는 미세먼지 측정치는 과연 정확한 것인가? 미세먼지는 전국 각지에 산재되어 있는 대기오염물질 측정망을 통해 자동으로 얻어진 데이터를 근거로 그 농도가 산출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믿는다.

데이터는 매우 과학적으로 얻어진,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미세먼지 예측이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기상예보처럼 미세먼지 관측 인공위성을 통해 얻어진 영상정보나 촘촘한 측정시스템을 바탕으로 산출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필자도 이 업무를 맡기 전에는 순진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 도의 경우 14개 시군 중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소가 설치된 시군은 8개 시군에 불과하고 그것도 15개가 전부다.

그리고 그 15개 중 10개가 전주, 군산, 익산 3개 시에 있고, 나머지 김제, 부안, 정읍, 고창, 남원에는 시군별로 1개씩의 측정소가 있는 것이 전부이다.

측정소가 설치된 도내 시군의 비율은 대략 60%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전북은 나은 편이다.

전국 9개 시도 중에 경기도와 제주도를 제외하고 우리 도보다 나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예컨대 경북의 경우는 23개 시군 중 7개 시군에, 전남은 22개 시군 중 5개 시군에, 충남은 15개 시군 중 4개 시군에 설치되어 있다.

설치 비율이 30%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발표되는 미세먼지 농도 평균치는 각 지역의 현상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현실을 그대로 대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평균값이 아닌데도, 그 평균값을 갖고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지자체로 본의 아니게 줄 세워진다는 점이다.

해당 지자체의 주민들은 우리만 왜 미세먼지 나뿐 곳에 사느냐고 괜한 정신적 고통까지 안겨주면서 말이다.

...참으로 분통이 터질 일이다!  환경부가 발표하는 최근 3년간 지역별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을 보면 우리도는 9개 광역 지자체 중 8번째로 매우 낮다.

또 2015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이뤄진 미세먼지 경보 횟수를 보면 우리도는 14회로 많게는 42회, 적게는 26회가 이뤄진 경기, 강원, 충북, 경북에 비해 월등히 적다.

이쯤에서 혹자는 중국을 바라보는 서해안권에 우리 지역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북경부터 상해까지 수천 킬로미터에 걸친 중국대륙의 공기가 어찌 깔때기처럼 모아져 전북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가? 납득하기 어렵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고쳐지길 바란다.

제대로 대표될 수 없는 통계치에 근거하여 특정 지역이 오염지역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어느 순간부터 ‘특히 어디 어디가 심하겠다’고 미세먼지 예보 뒷편에 깊은 고민없이 따라붙는 불필요한 언급이 없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정확한 미세먼지 측정 시스템이 국가 전체적으로 갖춰지고, 미세먼지 발생원인을 밝혀 주길 바란다.

이것은 지역의 자존감과도 직결된 문제이기에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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