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사람에 전하는 '언어의 온도'···'소년이 온다' 5.18 청춘들에게 박수를

▲ 송영숙 /재능교육 근무

송영숙 재능교육 근무

<인물사진, 책표지> 나는 말이 말을 지치게 할 때 책을 본다. 어렸을 적엔 방송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대학 전공 선택에서 앞뒤 안 가리고 국문과를 선택했다.

이런 저런 현실문제에 부딪혀서 지금은 여가시간에 책을 읽고, 또 책모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한 번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은 꿈이 있다.

첫 문장처럼 나는 말이 말을 지치게 할 때 책을 본다. 아무리 친해도 결국 사람에 의해 지치기도하고 내가 내뱉은 말이 나를 지치게도 하는 순간이 있다.

이를 경험한 뒤로는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 많고 많은 책 중에 요즘 친한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책은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듯 무겁지 않은 문장체들로 구성돼 있어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큰 부담이 없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으로도 위로되지 않는 부분을 위로해주는 책인 것 같다. 지금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접해 봤으면 한다.

두 번째로 소개할 책은 광고인으로 유명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이다. 저자는 책을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로 표현했다.

나 역시 그 말에 크게 공감을 했고, 한글자한글자 읽어 내려가며 생활에 치여 딱딱해진 감성을 깨우기도 했다. 혹여 스스로가 지나치게 냉철하다 생각되는 이들이 있다면 강력 추천한다. 감성뿐만 아니라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열권의 지식을 압축해 전달 받는 느낌을 받았던 책이다.

세 번째 책은 얼마 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아 주목받았던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이다. 책을 읽을 때 집근처 좋아하는 카페에 자주가곤 한다.

<소년이 온다> 역시 어김없이 카페에서 읽었는데 혼자 집에서 책을 읽는 사람마냥 눈물을 펑펑 흘리고 왔다. 광주 5.18민주화 운동을 여려 명의 시각에서 다뤘다.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가 죽음을 맞게 되는 중학생 동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고통 받게 되는 생생한 내면이 그려져 있는 소설이다. ‘지들이 꽃이라서 꽃향기를 알지 못하는 나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밝게 빛날 청춘의 시간들을 희생의 시간으로 일궈낸 그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수백 수천 번 박수를 보내며 눈물 젖게 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이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으로도 유명한 이 책은 아무생각 없이 펼쳤다가 끝없이 빠져 들어갔다. 전쟁을 생각하면 항상 남자가 따라온다.

책은 이 틀을 깬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여자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문장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생생함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2015년에 노벨상을 받은 책이지만 198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던 점에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전쟁은 당연히 남자의 몫이라고만 생각했던 틀을 완전히 깨뜨렸던 책이자 가슴이 많이 뜨거웠던 책이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은 모두 혼자가 아닌 함께 읽어 더 큰 의미가 있는 책들이다. 드라마의 경우 혼자 보기보다 기사를 통해 또 기사에 달린 댓글을 통해, 이에 더해 SNS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의미를 더욱 부여하는 것처럼 책 역시 마찬가지다.

혼자 읽기보다는 독서모임을 통해 더 큰 공감을 하고 이해를 하게 되면서 누군가에게 이 책은 꼭 권유해 봐야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것은 정말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좋아한다. 시간만이 오직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중에 우선순위는 책읽기라고 생각한다.

책은 가장 좋은 기억의 시간이자 가장 좋은 선생님, 그리고 가장 좋은 위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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