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사랑에 빠지게 되는가? 사랑의 본질과 그것의 깊이에대한 고찰

인간은 사랑을 한다.

사랑의 감정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도, 동물도 사랑을 한다.

도대체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할까? 장석주의 <사랑에 대하여>는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이 책 말고도 수없이 쏟아지는 단골 소재다.

책뿐만 아니라 수많은 미디어에서 다뤄진다.

모든 이들이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정답은 없다.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떠한지, 왜 이런 감정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사랑의 대하여>는 사랑의 본질을 구체적인 성분으로 나눠 그 감정의 깊이를 들여다본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상대에게서 내 존재 안의 결핍된 부분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각자가 결핍의 존재이며 혼자임을 자각하는 일은 타인과의 사랑을 꿈꾸게 만드는 전제조건이다.

사랑은 혼자라는 것과 깊이 상관되는 일인 것이다.

사랑은 타인에게 매혹당하는 일이고, 타자를 갈망함이다.

그렇다면 또 질문이 던져진다.

우리는 왜 타자를 갈망할까? 타자가 다름의 존재,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타자는 결국 내가 거머쥐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무모하게도 그 불가능의 가능성에 몸을 던지고 만다.

타인은 무엇보다도 먼저 얼굴로 인식된다.

얼굴은 사랑의 끄나풀, 사랑의 메신저다.

타자의 부름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것도 얼굴이다.

이윽고 사랑은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마법의 주문’을 건다.

바로 이 마법에 걸린 사랑이 사랑의 낭만적인 원형, 즉 로맨스다.

저자는 “사랑은 주체를 둘러싼 사회 환경, 즉 문화와 제도와 규범들, 그리고 내면의 메커니즘과 더불어 겪는 복잡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고정되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는 것이다.

시인이자 애서가, 탐서가이기도 한 저자는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사랑의 저변과 이면을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고 깊은 사유로 포착해낸다.

책에서는 많은 작가들과 철학자들이 사랑에 대해 쓰고 말하려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그것은 사랑의 여정과 자아 해방의 길이 하나로 포개질 뿐만 아니라 사랑을 빼놓고는 삶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까닭이기 때문이란다.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그토록 사랑에 집착해온 이유가, 사랑이 가장 원초적인 삶의 몸짓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필립 로스의 <죽어가는 짐승>, 알렉산드로 바리코의 <비단>,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등 탁월한 고전소설들을 꼼꼼하게 읽어가며,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는 방식, 사랑의 불가피함과 하염없음, 이야기로 육화된 사랑에 녹아든 철학들을 숙고해나간다.

모든 사랑은 시작과 동시에 끝을 향한다.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겪는 사랑은 시련을 맞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꺼이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저자는 사랑의 본질을 파고든 문학, 철학서를 바탕으로 로맨스, 속화, 타자, 광기, 과도함, 기다림, 갈망, 결혼, 덧없음 등 여러 겹의 사랑의 파장을 들여다봄으로써, 설렘부터 소멸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작용이 미치는 사랑의 연대기를 풀어낸다.

이렇듯 <사랑에 대하여>는 ‘죽음’과 더불어 생에서 겪는 가장 중요한 실존사건인 ‘사랑’, 그 눈부신 경이로움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고, 그 본질이 퇴색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순정한 사랑의 꿈을 꾸게 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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