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행복 빼앗는 인간의 이기심 담아

▲ 엄수현 作 '웨딩마술'
▲ 엄수현 作 해달튀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열정을 쏟아 붓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경제적 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체력과 정신적 소모도 감내해야 한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들을 보면 자극제가 되고, 힐링을 받는다.
엄수현 작가가 그렇다. 스물다섯의 엄 작가는 작품을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열정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편집자주


엄수현 작가는 현재 우진문화공간에서 두 번째 개인을 열고 있다. ‘우리 모두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오는 5일까지 진행된다.

작가는 멸종위기에 놓여있는 동물에 주목하고 있다. 대모거북이, 여우원숭이, 다람쥐원숭이, 회색곰, 해달, 하프물범, 사막여우, 황제펭귄, 수달, 북극곰, 붉은여우, 라쿤, 래서 판다 등 크게 관심이 없다면 낯설 이름의 동물들을 예쁘고, 동화처럼 그려낸다.

1회 때 선보였던 작품들이 좀 더 직설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드러냈다면 이번 2회 개인전은 한 발 뒤로 뺐다.

작가는 지난 2015년 첫 개인전 ‘행복해 보이니?’를 열었다. 앞서 말한 직설적인 표현은 작품의 제목에서 드러난다.

관람객들은 편안하게 작품을 보다가 제목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순간 흠칫 놀라게 된다. <해달튀김>, <숨겨진 진실>, <얼음 위를 걷고 싶어요>, <버려진 보석>, <도망쳐!!!> 등의 제목들은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해맑게 웃고 있는 동물들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고통 받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버려진 보석2> 작품은 동물들이 인간이 버리고 간 병, 유리 등의 쓰레기로 치장하고 있다. <해달튀김>은 수달들이 거품목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는 어디에서인가 흘러들어온 기름이다.

“동물들을 있는 그대로 그리면 무섭게 보일 수 있잖아요. 동물을 미화시켜 친근하게 보이도록 하고 싶었어요. 동물들이 처한 상황을 밝게 표현했지만 내면에는 어두운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작가가 이렇게 동물들에게 애정을 쏟게 된 건 기억조차 나지 않은 어린 시절 부터였다. 어릴 때부터 동물들에게 관심이 많았지만 심한 털 알레르기 때문에 키우는 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가까이하질 못하기 때문에 더욱 애정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알레르기가 심해 강아지도 만지지 못해요. 응급실까지 실려 갈 정도니까요.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떼어놔서 더욱 관심이 많아졌나 봐요.” 그러던 중 뉴스에서 멸종위기 동물들의 소식을 접하게 됐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그저 작가의 상상력으로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다. 동물 하나하나마다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한다. 사실에 근거해 이 동물들이 어떻게 고통 받고 있는지를 작품에 표현해 낸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2회 개인전에서는 앞선 1회 때보다 더욱 동화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여백의 색의 더욱 탄탄해졌으며, 기법에서도 완성도를 높였다.

“동물의 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붓질을 다듬었어요. 작품에 붓 터치가 남아있지 않도록 애썼죠. 나뭇잎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썼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결혼식을 올리는 동물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동물들이 살아가야 하는 환경은 행복과 거리가 멀죠. 그들의 고통의 순간을 행복하다고 느껴지게끔 표현해 인간의 이기심을 상기시켜 주고 싶었어요.”작가는 휴식 없이 다음 개인전을 내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도 멸종위기 동물을 그려나갈 계획이다.

“몇 년 간은 계속 이 소재로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이 문제가 동물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또 쉬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을 해나갈 예정이에요. 꾸준히 해야죠. 대학 1학년 때 전업 작가는 절대 안하겠다고 했었는데 막상 그림을 그릴 때 제가 가장 행복감을 느끼더라고요. 계속 그림 그리면서 살고 싶어요.”
 

프로필

2016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졸업

전북대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석사과정  

개인전

2017 우리 모두의 기억(우진문화공간, 전주)

2015 행복해 보이니?(전북대학교 예술진흥관, 전주)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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