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 전라북도의회의장  

이른바 장미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각 정당별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면서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선거 모드다.

대선후보들은 전국의 광역시·도를 찾아 지역발전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전북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특정 후보에게 몰표에 가까운 힘을 실어줬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실제로 지난 15~18대 대선에서 도민들은 특정후보에게 적게는 81%에서 많게는 92%까지 표를 몰아줬다.

도민들의 이 같은 몰표 현상은 정치·경제 등 낙후전북에서 벗어나고 싶은 절절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정권만 잡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전북을 독자 권역이 아닌 호남 속에 묶었다.

전북은 영남에 치이고 광주전남의 세 과시에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어쩌면 전북 몫 찾기는 벼랑 끝에 몰린 전북의 간절함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전북은 호남 속 변방이나 다름없다.

아니 한국에 없을지도 모른다.

비근한 예로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선 후보들에게 있어서 호남에는 광주전남이 우선순위다.

전북은 안중에도 없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찾는 곳이다.

역대 정권에서 고위직 인사 전북출신 배제와 공공·특행기관의 광주전남 예속화, 국가예산배정 비율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김대중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중 전북출신은 7%로 전남 1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장·차관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16%), 경북(14%), 전남(14%), 경남(12%), 충남(10%) 순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전남이 전북보다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시절엔 호남에서 전북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정점을 찍었다.

서울 26%, 경북 13%에 비해 전북은 3%로 지역편중이 가장 심했다.

이 뿐만 아니다.

공공·특별행정기관 역시 광주전남 몫이었다.

호남권을 관할하는 공공기관 33개 중 1개, 특행기관 16개 중 3개만이 전북에 있다.

호남권 관할 기관을 처음부터 광주전남에 두기도 했으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효율성을 명분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기존의 기관이 통폐합 됐다.

이럴 경우 으레 광주전남 중심으로 합쳐졌다.

최근에도 LX한국국토정보공사 전북본부를 광주전남본부와 통폐합하는 움직임이 일어 전북도의회는 물론 기관 단체마다 반대 성명을 내고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일단 대선 뒤로 미뤄지긴 했으나 국가적으로 조직의 효율 등을 이유로 이 같은 현상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새로운 정부 출범이후 독자권역 확보를 위한 대응논리 개발이 절실하다.

  이번 대선에서 전북의 공약은 ‘새만금조기완공, 전북 몫 찾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큰 틀로 구분된다.

새만금 사업 매년 2조원 이상 반영부터 세계잼버리 유치, 전북 독자권역 설정, 정부주요인사 10% 이상 채용, 전북 관할 공공·특행기관 설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 지원, 탄소산업진흥원 설립 지원 등 27개의 세부 공약과제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 사업 중 얼마나 대선공약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얼마나 명료하고 지역발전과 직결되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대선은 당선 직후 곧바로 집권하게 되는 일정을 감안하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제시한 공약 사업 및 현안이 무려 1천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따른 사업비까지 감안하면 새 정부 역시 상당 부분의 공약은 빈 공약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때문에 전북도가 대선공약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 대규모 사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조기 대선에 뭉그적거리다간 자칫 전북 몫 찾기가 구호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천 가능한 공약, 지역발전에 파급 효과가 큰 사업을 선정해서 대통령의 의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대선은 분명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화려하고 거창한 정책도 좋지만 느슨한 전략과 무분별한 공약화 사업추진, 타 시·도와의 차별화 정책 없이 전북 몫만 찾는다면 자칫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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