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잘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과연 잘 살아가고 있는가"
  • 윤가빈
  • 승인 2017.04.06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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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으로 보낸 9년, 그리고 찾아온 평범한 삶··· 진정한 사랑 의미 깨우쳐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틴 피스토리우스-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제목부터 왈칵 울음이 쏟아져 나온다.

제목을 통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책 소개를 보면 이런 글이 있다.

‘나는 12살에 식물인간이 됐다.

목이 아파 조퇴하고 집에 왔는데 사지가 마비되고, 손발이 동물 발톱처럼 안으로 말려버렸다.

그 이후 다시는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나는 3개월 된 아기의 지능을 가진 채 빈 껍데기처럼 누워만 있었다.

그렇게 4년이 흐른 어느 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렇게 9년간 몸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렸다.

나는 불가사리, 쓰레기, 당나귀로 불리며 집과 돌봄시설을 오갔다.

돌봄시설에서 성폭행과 언어폭력을 당해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지칠 대로 지친 엄마가 내 얼굴을 닦아주며 울음 섞인 말을 토해냈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은 심정은 어땠을까. 저자는 온 세상이 아득하게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다행이도 간병인이 의식이 돌아온 것을 알아챘고, 그는 서서히 회복했다.

현재는 상황이 훨씬 나아져 휠체어로 이동하고 컴퓨터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또 아내고 있고, 직업도 있는 보통의 남자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은 내게 기적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그 행운에 감사한다. 한 때 무생물이던 내가 다시 찾은 이 귀한 삶을 온전히 누리는 방법은 이것이다. 결코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기, 과거 때문에 현재를 놓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을 단순히 한 명의 인간승리 스토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책에서 우리는 미처 몰랐던, 혹은 외면하고 싶었던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시금 마주한다.

그럼에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희망과 사랑, 인간의 귀한 마음들을 확인하게 된다.

그 상황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이 쉽게 그의 어머니에게 비판의 말을 쏟아낼 수 있을까. 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면서도 강하다는 것을 그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간다.

저자는 사람들이 행동으로 보내는 신호만 잘 보면 속상하거나 외로운 그들의 속마음을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에도 힘든 각박한 삶을 사는 우리는 그런 찰나의 외침을 볼 여유도 없으며, 의지도 없다.

타인이 계속해서 자신의 힘듦을 말하지만 누구나 겪는 한 고비, 힘듦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이 저자에게는 오히려 식물인간 상태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은 “무한한 시간 속에서 맘껏 길을 잃어본 영혼은 다시 주어진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할 수밖에 없다”고 추천평을 남겼다.

책은 내가 과연 잘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질 기회를 준다.

이해인 수녀는 “모든 인간을 향한 우리의 태도가 사랑으로 변화되기를 재촉하는 책이자 누군가에게 지극한 인내와 폭넓은 사랑으로 다가가고 싶은 선한 갈망이 생긴다”고 추천했다.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쉽게 모멸감을 안기는 지금 시대에 이 책은 인간의 따뜻함을 이야기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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