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치르고 나면 결과와 상관없이 이춘석 같은 이를 중용해야 한다.

이춘석 의원이 호남의 유일한 지역구 3선 의원이라든지 국회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했다든지 하는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의 민주당을 만드는 데 핵심적으로 기여한 이들을 챙기는 건, 5.9 대선 이후 차기 지도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현 더불어민주당, 그 당사(黨史)의 주요 페이지를 장식한 건 이춘석이다.

#1. 불과 1년 여 전, 2016년1월13일.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으로 도망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에선 탄성이, 국민의당에선 탄식의 한숨이 쏟아졌다.

당시는 안철수를 정점으로 하는 국민의당 발 ‘녹색돌풍’이 일고 있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광주전남-전북에서의 돌풍을 수도권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전북이 핵심 전략지역이었다.

이미 전북에선 유성엽 의원을 필두로 김관영 의원 등 쟁쟁한 현역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따라서 익산의 이춘석 의원까지 탈당하면 전북의 민주당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이 의원의 탈당설을 잠재우는 게 민주당의 시급한 과제였다.

이에 앞서 1월6일 이 의원의 부친상에 문재인 당시 대표가 조문했다.

문 대표는 빈소에서 이 의원과 대화를 나눴고 당 사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후에도 당 지도부는 이 의원의 당 잔류를 요청했고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내 10개 선거구 전역을 석권하고 수도권까지 녹색바람을 북상시키겠다고 기세를 올렸던 국민의당 바람은 결국 익산에서 멈췄다.

국민의당이 호남권에서 수도권까지 올라가지 못했던 주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이춘석의 ‘잔류’였다.

만약 이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합류했다면 오늘 20대 국회의 국회 의석수 및 대선 구도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을 것이다.

#2. 2017년4월16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명예선대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단은 김춘진 도당위원장과 김수곤 전 전북대총장, 김윤덕 전 국회의원, 이상직 전 국회의원, 조현 씨 등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이춘석 의원과 현역 초선인 안호영 의원 그리고 김성주, 한병도, 하정렬, 박희승 지역위원장과 몇 명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춘진 상임선대위원장은 “통합선대위를 구성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선대위 발표 며칠 전, 이 의원과 의원회관에서 차를 한 잔 했다.

이 의원은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투톱 중심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저는 저보다 다른 분들을 앞에 모시라고 했다.

선대위가 통합해서 선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 제가 투톱으로 나서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선대위 구성에서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전북주권선대위가 큰 잡음 없이 구성된 것은 김춘진 도당 위원장과 이춘석 의원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영남권이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전북이 대선 요충지가 될 것”이라며 “전북은 탄탄한 팀웍을 바탕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5.9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이춘석과 같은 드러나지 않는 일꾼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지난 해 탈당 바람을 잠재운 것만 해도 이미 이 의원의 공로는 크다.

정치인이 자신의 공로를 드러내지 않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춘석은 대선 이후 충분히 합당한 대우를 받을 만하다.

반대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더라도, 이춘석 같은 인물이 중용돼야 당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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