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벽화-중세 필사본 등 의학교과서 삽화로 보는 의학의 발전상과 미래

'청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이승구 정형외과 전문의

그림은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림을 통해 그 시대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구의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생각정거장)도 그림을 통해 역사를 읽는다.

그 중 의학에 집중하고 있다.

고대 벽화, 파피루스 조각, 중세 필사본, 근대 명화, 의학 교과서의 삽화들을 통해 오랜 세월 의학이 저지른 실수와 그 극복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평생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해 왔다.

서울에서 태어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 분야는 수부, 종양 및 소아 정형외과이며, 대한골관절종양학회와 대한수부외과학회 학회장을 역임했다.

2013년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로 은퇴한 뒤 현재 대전 선병원에서 정형외과장과 국제의료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문의가 들려지는 이야기들은 쉽다.

그 이야기들은 때로 안타깝고 잔인하며, 또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의학의 역사는 인류의 생로병사와 관련된 이야기이자 인간 자체에 대한 기록이다.

의학이 저지른 실수는 대체로 지식 부족에서 비롯됐다.

혈액형이 발견되기 전 수혈은 목숨을 건 치료법이었다.

17세기 여러 의사들에 의해 인간과 동물 간 수혈이 행해졌고, 일부를 제외하곤 환자 대부분이 사망했다.

환자의 몸에 다른 혈액형의 피가 들어오면 혈관 내 피가 응고되면서 급성신부전과 심장이상의 합병증을 일으키고 환자는 죽는다.

현재는 상식에 가까운 이런 사실을 몰랐던 당시에는 죽음을 감내하고, 수혈을 받아야 했다.

소독이라는 개념 역시 19세기에야 등장했다.

이전 의료진은 환자의 상처를 단단히 동여매 썩게 했으며 손을 씻지 않아 세균 감염을 일으켰다.

이러한 실수들은 현재의 의학을 발전시키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수술 중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제의 등장, 항생제 페니실린의 발견, 심장박동 소리로 몸의 이상 유무를 발견하게 하는 청진기의 발명 등은 인류가 생명 연장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환자의 개념 역시 의학이 발달하면서 변화했다.

중세 때는 질병이나 환자를 악마의 소행으로 여겼으며, 의사는 환자 몸속에 깃든 악마와 싸운다고 생각했다.

특히 정신병에 걸린 여자를 마녀로 몰아 고문하고 화형에 처하는 일이 많았다.

19세기에 들어와서 인체 해부학과 이를 기초로 한 병리학, 생리학, 내과학, 외과학이 발달하면서 질병은 곧 악마의 소행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특히 신경과의 발전으로 정신병은 신경 계통의 질환이며 외래 진료와 약물 치료로 치료 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이 책이 제공하는 과거 의학의 실수와 오류, 그리고 그 극복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의학이 나아갈 미래까지 가 닿게 된다.

조기 질병 유전자 검색, 첨단 의료 기기의 개발, 진단 기술의 발달, 3D-CT를 통한 조직 합성, 로봇 수술의 확대 등으로 향후 인간의 기대 수명은 130세 이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어떤 생명체도 생로병사를 벗어날 수 없다.

21세기 인간들은 고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늙고 아프고 죽는다.

그럼에도 의학은 인류를 좀 더 오래 건강하게 살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학은 미래를 향해 끝없이 발전해나가고 있다.

수천 년 예술에 담긴 의학의 잔인한 실수와 오류, 그리고 미래를 향한 다양한 노력들을 만나보자.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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