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무대연출 특별함 없어 역할 미스매치 연출 한계 보여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전북관광브랜드공연 ‘떴다 심청’ 개막공연이 지난 19일 공개됐다.

재단은 이번 공연에 앞서 한국의 대표 고전 심청과 판소리의 만남을 기본으로 한 판타지 뮤지컬임을 알렸다.

도덕적 관념으로만 자리 잡은 ‘효’에 대한 현대적 의미를 판소리의 짙은 감성을 통해 재조명하고, 해학과 감칠맛 나는 배역으로 신선한 웃음을 주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작품은 황후가 된 심청이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심청의 어린 시절이 나열되고, 젖동냥에 나서는 심봉사,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하기 위한 심청의 노력 그리고 인당수에서 구사회생 해 황후가 되고 심봉사를 다시 만나 눈을 뜨는 장면까지 마무리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이번 작품은 어느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주지하다시피 심청의 내용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초등학생도 아는 내용이다.

다 아는 내용을 처음부터 나열하다시피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의 주된 관객층은 전북 도민 뿐 아니라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다.

이들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게 심청 이야기가 궁금해서가 아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기존 공연에서 보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얻기 위해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실패작이라 단언한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특별한 장치 없이 나열하는 수준은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지루함을 숨길 수 없었다.

이따금 나오는 주인공의 판소리 역시 지루함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고, 화려하고 역동적이라 밝혔던 무대는 기존 다른 무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궁금증만 증대될 뿐이다.

재미의 핵심인 뺑덕어미는 지나치게 배역이 축소됐고, 맹인잔치를 위한 ‘황성가는 길’ 대목은 너무 간결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데 실패했다.

외국인 관람객을 위해 공연 시작 전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자막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장면은 관심을 끌었으나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이런 배려는 사라졌다.

다만 심청과 헤어지는 장면과 눈을 뜨는 장면에서 열연했던 심봉사 역에는 박수를 보낸다.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한 결과로 보여진다.

이 외 다수의 출연자들은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기보다 제대로 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해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연출의 한계로 느껴진다.

이번 전북관광브랜드공연은 춘향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떴다 심청’이란 제목에서 암시할 수 있듯 이번 공연을 통해 전북을 알리고 전북의 문화예술 능력을 ‘띄우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인당수에 가라앉아 연꽃을 타고 떠오른 심청과 달리, 평범함에서 벗어나지 못해 쉽게 뜨지 못하는 ‘가라앉은 심청’이 될 것 같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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