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장애인수 13만455명 약 7% 장차법 개정안 마련 토론회 개최 소규모 사업장 권리개선 학계 등 '4.20 장애인차별철폐의날' 정책 발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거주시설 내에서… 버스를 타면서… 도로를 지나면서도… 장애인 인권침해와 차별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국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지켜야 할 장애인 의무고용도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이들 대부분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턱걸이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실효성 있는 법률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인권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0년을 맞아 장애인들이 차별과 인권침해를 받지 않기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최근 전북에서 개최된 ‘장차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중심으로 장애인들의 인권보호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장차법’ 제정 10년과 전북  

올해 3월말 현재 도내 장애인수는 13만455명이다.

이 가운데 전주시에만 3만2,991명이 거주하고 있다.

익산시 2만174명, 군산 1만7,593명, 정읍시 9,991명, 김제시 9,366명, 남원시 7,805명 순이다.

같은 달 현재 도내 인구는 186만485명. 이 가운데 장애인 인구는 도민의 약 7.01% 정도에 해당하는 꼴이다.

전북의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는 다른 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전북은 서울, 경기도 다음으로 장애인거주시설을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지역이다.

거주시설이 많은 만큼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올 들어 현재까지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도내 법인과 거주시설의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표 참조> 장애인 성폭력사건에서부터 장애아동 학대, 공금횡령, 장애인복지법 위반, 정신보건법·형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 낯부끄러운 사건들이다.

제37회 장애인의 날(4.20일)을 앞둔 지난 18일 전주도시혁신센터에서 국가인권위원회광주인권사무소(소장 서수정)주관 전북지역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장차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지역현안에 대한 논의와 법 제정 당시와 달라진 환경에 맞는 개정안 마련을 위해 전북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 제정 10주년을 계기로 진정사건 현황과 분석, 장애인 거주시설 법인의 문제 등을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지역현안 발제에 나선 김병용 전북장애인권리옹호센터장은 ‘장애인 거주시설과 법인의 문제, 사례를 통해 장애인 권리옹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날 전북지역 토론회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한계도 지적됐다.

‘장차법’이 장애인차별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점, 일정 규모 이하 또는 소규모 사업장에 고용된 장애인의 권리가 현실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차별 철폐를 외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북장차연)는 지난 14일 도청 광장에서 ‘4.20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날 전북장차연은 “장애인은 더 이상 차별과 억압,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해 탈 시설 자립생활에 대한 전북도의 책임 을 촉구했다.

정책요구안에는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추가지원 요건 완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추가지원·확대 문제 등이 담겼다.

전북장차연 관계자는 "장애인들은 더 이상 차별과 억압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며 "전북도는 탈시설 자립생활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인·거주시설의 인권침해와 문제점  

도내에도 성폭력 문제로 시설폐쇄는 물론 법인의 설립허가가 취소되고 재판중인 사건이 있다.

전주 자림복지재단(자림원) 사건이 그것이다.

자림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시설폐쇄로 이어졌고 원생들은 전원조치 돼 그룹 홈이나 공동생활가정으로 떠나 보내야만 했다.

또한 일부 생활교사들은 일자리를 잃고 시설을 떠나기도 했다.

지난 1월 24일에는 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자림복지재단 임원들에 대한 해임이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날 광주고법 전주 제1행정부(부장 노정희)는 자림원이 전북도를 상대로 낸 임원해임명령 취소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에서는 자림복지재단의 처분취소청구 소송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성폭력 방지 의무 후속 대처 등은 임원들의 중요한 업무로 이런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미흡했다는 것은 임원들의 중대한 잘못”이라며 “행정청의 시정명령이 없었더라도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도가니 사건’의 광주인화학교, 광주인화원의 문제 역시 최근 타 시설로 전원조치 됐던 장애인들의 추가 피해가 시설 조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의 법인과 거주시설 비리, 인권침해 문제는 수십 년에 걸쳐 지속돼 왔다.

김병용 전라북도장애인인권옹호센터장은 이 같은 원인에는 장애인 차별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낮은 문제의식도 한 한몫 한다고 꼬집었다.

장애인들의 탈 시설과 자립생활에 관한 정책이나 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있어왔던 것이 아니다.

법이나 조례에 따라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며 괴리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민간영역의 자립생활 지원체계도 부족하다.

장애인들의 전원조치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적 한계, 자립생활 계획수립의 한계 등으로 인해 장애인 시설에서의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한다고 김 센터장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방적인 타 시설로의 전원 보다는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봤다.

특히 김 센터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지역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권리옹호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장애인 권리옹호제도 일명, P&A(Protection & Advocacy) 시스템 도입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병용 센터장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제대로 작동할 때 장차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만 장애를 가진 이들도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당당하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식 부족… 차별은 여전  

지난 4월 10일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난 2007년 제정된 뒤 이듬해 시행에 들어간 장차법 이후 2016년 말까지 전국적으로 총 1만320건의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

그 중에서 위원회에서 처리된 사건은 1만77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위원회 조상대상 결정사건은 4,608건(46%), 조사대상이 안돼 각하 등으로 처리된 사건은 5,469건(54%)이다.

하지만 장차법의 한계와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장애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 부족 등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차별행위 등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평등권을 실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장차법 시행 이후 차별사건 대비 장애를 이유로 차별이 이루어진 장애차별진정사건은 53%나 증가했다.

연도별 장애차별 진정사건 접수현황을 보면 장차법 시행 이후 진정사건이 10배나 늘었다.

또 지체장애 관련 진정사건이 전체사건의 33%, 시각장애인 진정사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체장애가 전체의 33.0%인 340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각장애 2295건(22.2%), 발달장애 1290건(12.5%), 청각장애 1137건(11.0%), 뇌병변 741건(7.2%), 정신장애 406건(3.9%) 등의 순이었다.

특히 장차법 시행 이후 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차별을 느꼈다는 진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유형별 진정사건 중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의사소통 진정이 전체의 10.0%인 1036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장차법 제정 10주년의 의미는 무엇일까? 김현아 장애인법연구회 변호사는 “장차법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법 제정운동을 펼쳐 쟁취해 낸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시작부터 법률안 통과까지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의의는 진정한 의미의 연대 운동의 결실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시혜에서 인권으로’ 장애인 운동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는 점도 특이할 만하다.

그 동안 장애인은 국가와 자치단체로부터 물질적인 지원을 받는 복지의 시혜 대상, 일방적 배려의 대상으로 취급 받아 온 것이 사실이라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장차법 제정과 시행은 장애인도 국민이며 인간으로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주지시킨 결과물이다.

또 장애인 인권운동은 장차법을 토대로 발전할 수 있었고 차별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판단 기준을 법률적으로 제시해 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법제도가 변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나아가 모든 국민들의 의식이 변화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장차법 제정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법 제정과 시행 당시의 정신, 의의를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장차법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이유다.

장차법이 장애인들에게 유용한 인권 옹호와 보장의 무기로 작용할 수 있도록 개정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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