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여성에 주는 참혹함 '베를린의 한 여인'···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예술의 이해

▲ 이동형 /화가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책은 많은 지식과 영감을 준다.

그 중 몇 권의 책을 꼽아보고자 한다.

먼저 <베를린의 한 여인>(해토)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익명의 한 여인으로 명시돼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에 거주하던 한 여인이 쓴 일기를 담은 책으로, 전쟁이 불러온 민간인의 처참한 생활상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베를린에서 처음 전투가 벌어지던 날 시작된 일기는 계속된 전쟁으로 황폐해진 베를린의 모습과 패전국 여성에게 가해지는 이중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서술한다.

전쟁 서적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읽게 됐고,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환된 상황에서 겪는 여성의 상황에서 우리의 인간상을 뒤돌아보게 됐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위안부도 겹쳐진다.

전쟁의 참혹함, 또 그 속에서 겪는 여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화로도 만들어졌기 때문에 영화로 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 다음은 기시 유스케의 <푸른 불꽃>(창해)이다.

이 책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난 영화를 먼저 접했고, 호기심에 원작을 찾아 읽었다.

영화는 색채가 마음에 들었고, 책은 흡입력에 매료됐다.

양아버지와 친한 친구를 살해하게 된 17살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청소년의 심리상태를 잘 파고들고 있고, 이 속에서 현대사회의 단면을 이야기한다.

가족의 단절, 대화의 부족, 사회의 무관심 등을 말한다.

일본사회의 이야기이지만 먼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스토리가 탄탄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책이다.

또 하나의 책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휴머니스트)다.

이론서적으로 전공자인 나도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써서 비교적 쉽게 읽힌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즈음이었는데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전공이 동양화인데 동양화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수업을 들었었다.

그 때 접했던 책이다.

당시 미학이라는 소재도 흥미였지만 진중권 인물 자체도 궁금했었다.

그의 토론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하는 그가 그의 전공 분야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증이 일었다.

물론 전공자도 어려워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이야기도 나오지만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도 읽어볼만한 책이다.

책을 읽어본다면 예술이 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돌베개)는 최근에 읽었다.

그동안 나는 정치에 무관심했다.

투표를 해도 나의 소신으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의견에 휩쓸려 투표를 하곤 했다.

그러던 와중에 세월호, 박근혜 탄핵 사태가 터지면서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밀려들었고, 국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완벽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지만 내가 이루고 싶은 국가는 무엇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본 느낌이다.

이 사회 안에서 한 개인, 한 국민, 유권자로서 나의 위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5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나의 소신으로 표를 행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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