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숱한 섬을 누비며 만난 사연 바다 생물-생태계 현주소 등 담아

바다는 인간의 희망이고, 자원의 보고라고도 한다.

바다가 우리 인간에게 귀중한 존재임을 어렴풋이 알긴 하지만 실제 그 속에서 살고 있는 해산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까. 식탁에서 즐기는 해산물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황선도의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서해문집)은 바다 속 생물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우리의 회 차림에는 광어와 우럭이 메인 요리로 오른다.

반면 해삼, 멍게, 개불은 곁들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인간들은 스스로의 호불호에 따라 계급을 매겼지만 저자는 생물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우리가 궁금해 할 질문들에 재치 있게 답한다.

봄이 되면 바다에도 꽃이 피는데, 바로 쌉싸름한 소주를 부르는 대표 술안주인 멍게다.

생긴 건 좀 우스꽝스러워도 이 멍게가 분류체계에서 우리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등한 동물에 속한다.

책은 “멍게의 배아가 척추동물인 인간의 배아와 같은 척삭구조를 가지며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생명공학자들은 멍게를 연구하여 인간의 초기 진화 관계를 규명하고자 했다.

하등동물인 줄 알았던 멍게가 분류체계에서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등한 동물에 속한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앞으로 멍게가 ‘날 우습게보지 마’ 라고 경고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고 소개한다.

그런가 하면 해삼은 ‘산에는 산삼, 밭에는 인삼, 바다에는 해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삼의 사포닌 성분에 해당하는 홀로수린이 함유돼 있어 피의 응고를 막아 주고 심혈관 질환에 좋다.

징그러운 생김새와 달리 맛 하나는 일품인 개불은 한방에서 성 기능이 약해졌을 때 권하는데 소위 비주류 해산물로 취급받는 해삼, 멍게, 개불은 모두 건강에 이로울 뿐 아니라 정력에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가 하면 가리비는 스카이콩콩 부럽지 않은 점프 실력의 소유자다.

두 개의 패각을 강하게 닫을 때 분출되는 물의 힘으로 전진하는데 하룻밤에 500미터까지 이동하기도 한다.

물고기 박사도 놀란 그들만의 비밀스런 생존 전략도 펼쳐진다.

또 ‘바리바리’ 많아서 ‘바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바릿과 어류는 이제 구경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값비싼 어종 뒤에 숨은 안타까운 사연, 우리 바다 생태계의 현주소도 듣는다.

저자는 30년간 바닷물고기를 연구해 온 토종 과학자이자 ‘물고기 박사’다.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했고, 고등어 자원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년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일했다.

책에서는 30년간 숱한 섬들을 누비며 만나온 사연도 소개한다.

서해 훼리호가 침몰한 바다이자 한때 핵폐기장이 계획되었고 홍길동전에 나오는 이상 국가 율도국으로 추정되는 ‘위도’에서는 과거사와 현대사의 사연을 풀어낸다.

또 해조류를 갉아먹는 불가사리와 성게 등 조식동물을 구제하는 남해 마안도의 실감 나는 바다숲 조성 현장 사진과 설명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처럼 책은 과학과 인문학, 맛과 멋을 아우른다.

저자의 입담과 함께 바다와 함께 살아온, 바다여서 더 풍성했던 우리의 삶과 문화를 훑어볼 수 있다.

/윤가빈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