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치킨 가맹점 2,793개 폐업 인테리어 등 추가요금 요구하고 주방 직원 3명 이상 의무 채용 등 갑질에 위약금 물고 계약 해지 지자체 창업박람회 부스 지원 전북 기반 프랜차이즈 키워야

▲ 도내에 위치한 가맹업체는 160여개로 남노갈비, 현대옥, 다사랑, 얌스, 양평해장국 등은 유명 브랜드와 달리 인테리어 비용이나 조리기구 등의 교체주기를 강제하지 않아 창업비용이 저렴해 가맹주들의 부담도 적은 편이다.

경기 불황 등으로 자영업자로 몰린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들이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이유는 불확실한 창업 시장에 유명브랜드와 영업노하우 전수 등을 지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만 돈을 버는 일방적인 가맹계약으로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대표적인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2천793개가 문을 닫았다.

전년대비 10%나 증가한 숫자다.

반면 같은 기간 해당 가맹본부의 매출액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이뤘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본사 수익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개선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최근 유명 가맹본부들이 가맹점들과의 상생선언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갑질’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거액의 가맹점 개설 비용은 물론 운영비용의 상당부분이 가맹본부가 있는 외지로 빠져나가고 있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생운영을 하고 있는 도내 프랜차이즈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어려움과 도내 프랜차이즈 육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적자에도 계약해지 힘들어…가맹본부만 배불리는 구조

30대 중반인 A씨는 지난해 상권이 좋은 전주의 한 대학가에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시작했다.

개업하기에 앞서 여러 프랜차이즈를 알아보고 상담을 하는 등 누구보다도 열심히 알아봤다.

또 주변에서 프랜차이즈를 하는 분들을 찾아가 조언을 받고 가맹본부와의 관계를 따져보기도 했다.

거의 6개월 동안 개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창업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요식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결국 프랜차이즈로 마음이 돌아섰다.

A씨가 선택한 프랜차이즈는 대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실내포장마차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초기 상담을 거치면서 인테리어와 간판, 가맹비 등 4억여원을 예상했지만 절차가 진행될수록 비용은 크게 올라갔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인테리어 옵션이 늘어나고 시설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처음 3천여만원을 예상했던 간판 가격이 7천만원을 넘어서는 등 예상 금액의 2배 가까운 8억여원이 소요됐다.

개업을 준비하면서 다른 프랜차이즈도 처음 예상 금액보다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창업절차를 그대로 진행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가게 규모에 맞춰 주방 직원을 3명 이상 채용해야 하는 등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인원이 너무 많았다.

사업 초기 매장 매출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력을 최소한으로 고용해야 했지만 가맹본부는 계약서를 근거로 의무 고용을 강제했다.

A씨는 불안했지만 이미 인테리어가 마무리되는 상황인데다가 계약사항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개업을 강행했다.

개업 첫 달, 다행히 가게 매출은 1억2천여만원을 넘기며 대박조짐을 보였다.

조만간 투자금액 8억여원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가지 많아 A씨의 기대는 깨지고 말았다.

영업 첫 달 인건비와 가맹본부 식자재와 물품 등의 비용으로 8천900만원이 나갔고 또 이와 별도로 매출액의 일정액을 로열티로 거둬갔다.

임대료와 전기료 등을 내고 나니 막상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5~6백만원도 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가맹점의 경우 3년 안에 투자금액을 회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개업 6개월 만에 매출은 반으로 줄어 매달 1천여만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아직 계약기간이 2년 넘게 남았다.

A씨는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에 주방 직원 등을 줄이고 싶어 가맹본부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계약사항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일률적으로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가져가고 본사에서만 구입하는 품목이 대부분이여서 가맹점의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가맹본부만 돈을 버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각하게 폐업도 고려하고 있지만 투자된 금액은 물론 위약금까지 물어야하는 처지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고 밝혔다.

전주의 한 주택가 인근에서 간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50대 초반인 B씨는 2년 전 큰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맹계약을 해지했다.

가맹본부에서 모든 식자재를 구입해야 하는데다가 3년도 되지 않은 멀쩡한 조리기구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강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테리어 교체까지 요구해 창업할 당시와 비슷한 비용이 드는 상황이 되자 결국 위약금을 물고 가맹계약을 해지했다.

이 처럼 가맹본부들은 계약을 이유로 가맹점들에게 정기적으로 인테리어나 시설교체를 강제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신규 메뉴 출시에 맞춰 조리기구를 새로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같은 메뉴임에도 용량과 중량을 달리해 새로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구의 성능과 품질이 비슷하거나 같음에도 불구하고 시중 가격에 비해 훨씬 비싼 것은 당연하다.

또 광고료나 물류비를 가맹점에게 떠안기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가맹점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맹본부에서 본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광고에 활용하면서 고액의 모델료를 가맹점주에게 전가하는 것은 물론 지역 언론에 광고하는 비용도 받고 있다.

유명인 이름을 이용해 브랜드를 만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초상권을 이유로 계약 체결과 함께 1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할인행사 비용이나 배달앱의 수수료 등을 전가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일부 가맹본부들은 특허가 있다며 구매를 강제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처벌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가맹본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불합리한 것에 대해 항의 할 경우 갑작스런 현장점검을 통해 불이익을 주거나 일방적으로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급기야 가맹점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장기간 시간을 끄는 등 소위 ‘길들이기’를 하는 곳도 있었다.

또 원활한 영업을 위해 특정 지역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한 계약을 가맹본부가 유리하게 해석해 가맹점을 중복 출점하는 행위도 다수 적발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특허가 없는 상품을 허위로 표기한 가맹본부는 과징금 4천600만원 처분에 그쳤다.

또 부당한 방법으로 가맹점으로부터 10년여 동안 68억여원을 받은 가맹본부는 과징금 5억2천600만원에 불과했다.


△가맹점과 ‘상생’하는 전북 기반 프랜차이즈 키워야

도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프렌차이즈 가맹점 수를 정확히 집계한 자료는 현재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10월 현재 35개 치킨 브랜드 홈페이지 등의 자료를 보면 전북지역에는 모두 574개의 가맹점이 영업하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피자 등으로 확대할 경우 적어도 3천여개 이상의 가맹점이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가게 인테리어와 가맹비 등 가맹점 1곳 당 평균 2~3억원을 가맹본부에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거의 1조원에 육박한다.

또 일정부분의 매출액과 물품 구입비 등을 지급하고 있어 도내 자본 유출이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내 가맹본부들 대부분 가맹점과 상생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건전한 프랜차이즈 시장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전북지회에 따르면 가맹사업을 벌이고 있는 도내 업체는 160여개로 가맹점은 3천여개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전주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옥은 전국 170개 가맹점이 영업을 하고 있으며 다사랑 160곳, 지정환피자 100곳, 크린하우스 70곳, 양평해장국 60곳, 남노갈비와 얌스는 각각 30곳 등이 있다.

협회 관계자는 “도내 기반 가맹본부는 유명 브랜드와 달리 인테리어비용이나 조리기구 등의 교체주기를 강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특히 창업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맹주들의 부담도 적은 편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가맹본부의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았다.

도내 가맹본부 대부분 요식업 업체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디저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없는 등 아이템이 다양하지 못했다.

또 가맹본부 대부분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가맹점 확대에 한계가 있다.

가맹사업이 장기간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지만 이도 녹록치 않다.

전북지회 관계자는 “가맹본부들이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홍보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가맹본부가 예비 가맹점주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창업 박람회 등에 참여해야 하지만 부스비용 등의 부담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지역에 있는 가맹본부로 흘러가는 창업비용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며 “지역 가맹본부를 육성을 위해 창업박람회 부스비용 지원 등 지자체의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홍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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