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부갈등 다룬 다큐멘터리 감독 가정사 '웃프게' 담아내 관객들 울고-웃으며 공감대 형성

▲ 영화 B급며느리 스틸컷.

리나라에서 고부갈등은 고질적인 문제다.

가부장적인 사회로 나타나는 세대 간의 간극이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에 선정된 선호빈 감독의 다큐멘터리 는 감독 스스로의 가정사를 담아냈다.

이 용기있는 고백은 관객들에게 묘하게 웃음을 선사한다.

감독 스스로도 “내 자신은 우울하고, 큰 걱정거리인데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며 웃는다”며 “내 아픔을 팔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영화의 주인공 B급 며느리는 바로 감독의 아내다.

아내는 시어머니와 감정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남편인 감독은 이 두 사람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감독은 이 모습들을 마냥 우울한 것이 아닌 위트있게 잡아낸다.

물론 스스로는 굉장히 괴로울지 몰라도 관객들은 이 모습들이 ‘웃프’게 다가온다.

영화 상영 내내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또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관객들은 금방 감정이입이 됐다.

영화 중반부 아내가 “결혼 전에 나는 정말 건강한 사람이었는데…”하며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짓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시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본인의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한다는 점에서 큰 용기와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감독은 부모님 설득이 가장 어려웠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영상을 찍는 사람이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굉장히 어색하고 낯설어 한다. 오히려 아내는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부모님을 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체면을 중요시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1년 넘게 걸렸고, 아들이 나쁘게 찍겠냐며 읍소하고, 한 번만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아내가 좋은 기운이 가득한 분인 것 같다”, “아내를 만나보고 싶다” 등의 평을 전하며 응원했다.

또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감독의 처제가 객석에서 “우리 언니는 계속 B급 며느리일까요”라고 질문하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감독은 “아내는 당당한 B급 며느리다”며 다독여 객석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부장적인 사회제도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어머니의 상황이 이해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가족이라서 더 파고들지 못하고 이해하고 넘어간 점이다”며 “대한민국남자들이 비겁하게 산다. 모른다며 부정하지 말고, 관계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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