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스케이프 정인봉감독 옴니버스 영화 '길'

▲ 정인봉 감독.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에 선정된 정인봉 감독의 <길>은 세대 간의 소통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영화다.

김혜자, 송재호, 허진 중견배우 3명이 각각 3가지 이야기를 무게감 있게 이끌어 나간다.

생일을 보내는 순애(김혜자)의 하루, 손녀를 부양하며 빵집을 오픈한 상범(송재호), 아들을 잃고 떠난 여정에서 두 청년을 만난 수미(허진). 한 때는 찬란했던 청춘이었던 세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간다.

자식들을 분가시키고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는 순애는 하루하루가 외롭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집안의 세탁기, 냉장고, TV를 일부러 고장 내 수리기사를 부른다.

수리기사와 말을 나누고, 밥을 대접하며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는다.

감독은 “극 중 순애는 자존감이 굉장히 높고, 똑똑한 사람이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머물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아파트를 통해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노신사의 사랑 이야기다.

빵집을 연 상범은 코디네이터에게 빵 굽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그 속에서 조금씩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제 GV에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송재호, 윤재호, 이성득, 지안이 참석했다.

상범 역을 맡은 송재호는 “이 영화는 젊은 시절에 첫사랑을 해보면 좋겠다는 소망이 아니라 나이를 먹고 살다보니까 사랑의 감정에 끌린 모습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학창시절의 상범역을 맡은 윤재호는 “어린 상범이 이야기를 열기도 한다. 그래서 극 중에서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촬영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실제 역할이 첫사랑에 수줍어하고, 긴장하는 역할이어서 잘 맞았다”고 말했다.

어린 상범의 친구로 등장하는 이성득은 “시나리오를 받고 따뜻한 기운과 울컥한 마음을 동시에 느꼈다.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많이 우셨다. 좀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코디네이터 역을 맡은 지안은 “뜻 깊은 영화에 참여하게 돼서 기뻤다”며 “먹먹한 영화다. 사회적 약자인 어르신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아들을 잃고, 삶을 포기하려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른 수미가 빚과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두 청년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수미는 이 두 청년을 삶의 방향으로 이끈다.

정 감독은 “순애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 상범은 아버지의 이름이다”며 “부모님과 똑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부모세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 영화보고 나갈 때 부모님께 전화한 통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된 영화 <길>은 오는 11일 정식개봉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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