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국악원 해금연주자 도내 최초 '아나컬쳐' 시작 현재 국악원 공연 위주 활동 오케스트라 협연 기량 넓혀 재즈-국악 동서양 아우를 것

지난 주 전북도립국악원 목요상설무대가 시작되기 전, 관현악단 고은현 단원이 마이크를 잡은 채 무대에 섰다.

고은현씨는 이날 공연에서 선보일 곡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자신을 ‘아나컬쳐리스트’라 소개했다.

단순한 사회자로 여겼던 터라 ‘아나컬쳐리스트’란 단어가 낯설게 다가왔다.

문화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아나운서란 뜻이다.

그래서일까. 고은현 단원이 소개하는 이날 작품들은 다른 사회자에 비해 또렷하고 더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고은현 단원을 만나 음악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아나컬쳐리스트는 아나운서와 컬쳐를 합한 단어다. 문화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아나운서를 말한다. 타 지방을 가니 이런 직업이 있는 것을 알고 도전하게 됐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일종의 사명감이 필요하다.

재미있게 설명해야 하면서도 너무 깊게 들어가선 안된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

라디오나 TV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을 되살려 용기를 냈다.

흔치 않은 경험이라 호기심도 한 몫 했다.

아직은 널리 퍼지지 않아 자신이 속한 국악원 공연 위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이 있는 곳이라면 자신을 불러줄 날이 언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생소한 분야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국악 전문 해설사도 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 나서지 않고 있지만 이 분야 전문교육을 통해 양성화가 시급하다. 국악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해금 연주자다.

고등학교 때 처음 해금을 접했다.

두 줄로 다양한 소리를 내는 해금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단순하게 호기심에 시작한 것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두 줄로 내는 소리는 외국인 눈에는 서커스로 보일 정도란다.

하지만 해금만이 가진 가슴을 애이는 음색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며 특히 한국인 정서에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해금은 최근 들어 갑작스레 유행을 탔다.

거문고나 가야금에 비해 주법 자체가 쉽고 음을 만들어내는데 보다 용이했다.

해금 연주자 강은일씨가 다른 악기와 해금 협연을 통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됐다.

슬픈 음악이나 애절한 가슴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격이며, 게다가 놀부의 해학적인 발걸음 사용에도 딱 떨어지는 반전의 매력이 있다.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예민한 소리가 나게 되며, 흔히 바이올린과 비교되지만 고음 영역에서 미세한 차이로 구분이 음이 나눠진다고 한다.

아나컬쳐리스트 이전의 고은현씨는 흔히 말해 일 욕심쟁이다.

다양한 변화에 대한 도전을 일삼았으며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나컬쳐리스트란 생소한 장르에 도전도 어찌 보면 과거 보여줬던 변화에 대한 도전의 연속선상으로 볼 수 있다.

1999년 도립국악원에 입단한 고은현씨는 국악원 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갔다.

20대에는 주로 해외활동을 즐겼다.

혈혈단신 아무 연고도 없는 외국에 나가 서양음악과의 협연을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덴마크, 볼리비아 등 한국적 색깔을 원하는 곳이라면 장소를 마다하지 않고 찾았다.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느낌을 전하고 현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기량도 올렸다.

자진모리 등 한국의 특유한 장단을 소개하면서 호기심 어린 외국연주자들과 소통하며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30대엔 재즈와 협연을 즐겨했다.

도내 재즈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웅장하진 않지만 섬세한 음악을 선보였다.

특히 개인연주 실력이 두드러지는 재즈 연주는 자신의 연주실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도라지 변형곡이나 정통 재즈곡들을 즐겨 연주하며 동서양 악기의 구분이 의미가 없음을 이 때 알았다.

이제는 아나컬쳐리스트란 장르가 눈앞에 있다.

얕지만 넓은 지식으로 다가가는 사회에 적합한 장르다.

아나컬쳐의 존재감을 굳히기 위한 활동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전주에선 처음이다. 정식 시작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국악원에 입사하자마자 마이크를 잡았으니 꽤 오래됐다. 또 이런 시도가 전에 없어 신선한 환영도 받고 있다. 생소한 장르를 익숙하게 만드는 데 노력할 예정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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