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사무총장(국회의원 익산갑)

문재인 대통령의 출발이 경쾌하다.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비정규직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인정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제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서는 마침내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라는 말은 이런 때 제격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임기가 끝나는 그 날까지 민심의 요구를 얼마나 성실하게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과 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정치권과 국민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하모니가 필요하다.

이 정부는 촛불이 만들어 낸 우리 모두의 정부이기 때문이다.

첫째, 집권여당은 민심을 충실히 전하는 언로가 돼야 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여당의 다른 이름은 청와대 거수기였다.

그 결과 당도 죽고 청와대도 죽었던 그들의 말로는 우리 모두가 목도했다.

위에서부터 내려오기만 하는 상명하달식 통로는 언로가 아니다.

어둡고 소외된 곳, 억울하고 분한 곳, 일상적인 법의 울타리 안에선 미처 손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의 목소리가 수시로 막힘없이 위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서 여당은 국민의 대변자로서 민심을 올바르게 읽어내고 이를 청와대에 거침없이 전달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이번 정부가 반드시 화답해야 할 민심이 바로 전북 도민들의 민심이다.

전북은 전국 최고의 지지율로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 만큼 도민들이 참아왔던 세월은 길고도 힘들었다.

더 이상 호남이라는 명분으로 전북을 위로할 순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러한 전북의 아픔을 공감하고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을 별도 권역으로 설정하겠다는 것은 도민들의 요구에 대한 첫 화답이었다.

예산이나 인사에 있어 전북의 몫을 찾는 일은 이제부터다.

이를 위해선 지방정부와 정치권의 ‘줄탁동시’가 필요하다.

이것이 둘째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선 어미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동시에 알을 쪼아야 한다.

예산을 주고 싶어도 사업이 없으면 줄 수가 없고, 자리를 주고 싶어도 사람이 없으면 줄 수가 없다.

전북의 지자체들이나 정치권에서 부지런히 신규사업도 발굴하고 인재도 양성해야 하는 이유다.

당장 수백 수천억의 예산을 왜 안 주냐고 따질 것이 아니라 그런 예산을 담을 사업들을 발 빠르게 준비해 놔야 한다.

인재 역시 당장 왜 장관 하나 없냐고 한탄할 게 아니라 앞으로 장차관으로 승진할 수 있는 중간 관리자나 실무자급을 키우는 데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한 술 밥에 배부를 리가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인 만큼, 눈앞에 당장 돈이 보인다고 해서 급전만 당겨쓸 것이 아니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차곡차곡 곳간을 채우는 일이 현명한 자의 처사다.

셋째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다.

링 위에 경기를 지켜보기만 하는 관객은 승리의 과실을 가져갈 수 없다.

우리가 뽑았던 대통령을 우리가 직접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통령으로 바꿔내면서, 우리는 국민 한 사람의 관심과 한 사람의 참여가 모여 역사를 바꾸는 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정치는 소수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전 세계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부러워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떠날 때에 박수를 받는 것임을 우리는 이미 절감하지 않았는가. 우리의 선택이 정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파트에서 최상의 연주를 할 때라야 가장 아름다운 오케스트라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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