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결정적인 순간에 내려진 냉정한 판단이었다.

19대 대선의 전북 표심을 놓고, 수도권의 한 지인이 나에게 한 말이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봐도 절묘한 선택이다.

지역의 민심은 선거 열흘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민주당 후보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냐를 놓고 방황하는 듯 했다.

마음을 결정해야 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냉철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과연 전북의 이익을 위해 누구를 찍어야 할까. 민심은 순식간에 변했고, 전북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64.8%를 기록해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

몰표에 가까운 전북의 지지, 여기엔 문 대통령에 대한 무한 기대감이 담겨 있다.

전북의 친구가 되어 영호남에서 소외되고, 호남 안에서도 광주.전남에 밀리는 ‘이중 상실감’의 전북 눈물을 씻어주겠다는 약속에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지역민들은 냉정하게 한 표 한 표를 행사했고, 그 힘이 문 대통령을 청와대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선거 직후에 “전북이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세게 밀어주고, 전북발전의 모멘텀을 마련하자는 전략적인 선택에 대한 평가였다.

민심은 위대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새 정부 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귀를 쫑긋 하는 버릇이 생겼다.

국무총리 후보자와 청와대 참모진, 차관급 인사가 잇따라 뉴스에서 흘러나올 때 “전북 출신은 누가 발탁됐나?”, 이렇게 다시 보는 버릇이다.

중앙 언론에선 파격과 개혁, 탕평의 3대 인사가 핵심이라고 후한 점수를 줬지만, 나는 마지막 탕평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청와대가 공식 발표한 33명의 인사를 살펴보니, 이 중에서 무려 8명, 24%가 호남 출신인 것으로 알고 마음이 뿌듯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쉬움이 없는 게 아니다.

호남 8명 중 전북 출신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내정자(고창)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전주) 2명에 그쳤던 것이다.

8명 중의 2명이라면 4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전북이 또다시 호남의 아류로 전락한 느낌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부터 예산과 사업 등에 있어 전북을 떼어내 별도로 배려하겠다고 했는데... 그나마 전북 출신으로 분류된 김이수 내정자는 중학교까지만 고창에서 다녔고, 윤영찬 수석은 초등학교 재학 중에 서울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지역의 한과 정서를 온전히 느끼기엔 거리가 있다.

‘무늬만 전북’이란 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광주.전남을 보니 떠들썩한 잔칫집 분위기다.

국무총리에 전남 영광 출신의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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