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 집회 평화시위 새 역사 쓴 생생한 현장 담아

지난 해 가을 대한민국은 시끌벅적했다.

광화문에서 시작된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촛불의 열풍은 이듬해 봄까지 이어졌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해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비선실세들에 대한 화난 민심이 촛불로 표현된 것이다.

수백만의 인파가 광화문에 몰렸고, 각 지역마다 수십만의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다.

이제 촛불은 단순하게 어둠을 밝히는 도구가 아닌, 민중들의 염원이 담긴 희망의 메시지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차가운 광장에서 23차례나 촛불시위가 진행됐다.

이 기간 약 1,600만명의 국민이 참가했다는 집계도 있다.

외국에서도 이런 현상을 눈여겨봤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촛불시위는 평화시위의 선례를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높아진 한국국민의 시위문화도 함께 진단하기도 했다.

시위현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기록사진을 중점적으로 활동했던 오준규 작가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작가는 시위가 열릴 때마다 현장을 찾아 기록에 나섰다.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 작업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나’는 끊임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면서 작가는 셔터를 눌렀다.

이렇게 해서 기록된 작업들이 한 권의 책 ‘촛불로 기록한 역사’(시대의 얼굴)로 탄생됐다.

책은 사진기록집이다.

2016년부터 2017년 촛불항쟁의 면면을 모았다.

작가는 사진집을 통해 촛불시위가 만들어 낸 역사의 과정은 물론 조기 대선 결과를 좀 더 관찰하고 기록하며 기록자로서 역할을 수행코자 했다.

또 촛불집회 현장 사진은 다른 사진가나 사진기자로 인해 많이 기록됐지만, 기록은 기록으로 기록됐을 때 역사적 가치가 커진다는 일념이 그를 현장으로 내밀었다.

‘둔필승총(鈍筆勝聰)’.서툰 글씨라도 기록하는 것이 기억보다 낫다는 뜻이다.

역사는 기억보다 기록이 말해주고 있으며, 이것이 작가가 촛불항쟁이란 사진집을 출간하게 된 이유다.

이번 사진집은 작가의 일련의 활동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장갑차에 치인 소녀를 위로하는 촛불시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세월호 현장, 천안함 현장 등을 누볐다.

항상 현장에서 기록에 충실한 것이다.

그의 작업은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인지 명확한 답이 나온다.

해석의 관점인지, 비평의 관점인지 아니면 감상의 관점 또는 기록의 관점이다.

굳이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이 작가는 철저하게 기록의 관점에서 세상을 파인더에 담아냈다.

사진기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그 자체로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의미 중 기록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비주류를 고집하고 사람은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역사를 만든다.’

오준규 작가의 좌우명이다.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속에서 시대의 얼굴을 주제로 꾸준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작가에게 촛불현장은 시대적 사명감을 던져주는 그 어느 것보다 귀중한 곳이었다.

전주 출신으로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2003년 대한민국 다큐멘터리 1세대로 불리는 최민식 작가를 만나면서 정식으로 시작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영향으로 그의 시선은 인간 행동과 사회 환경 기록에 쏠렸다.

18년간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면서 장애인가족, 다문화 등 문화적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의 가족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2008년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2009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전’, 2011년 ‘천안함 침몰 1주기 특별전’, 2014년 ‘국가기록원 기록 자료전’, 2015년 ‘우리 시대의 얼굴전’ 등 시대적 아픔이 있는 곳엔 항상 그가 있었다.

저서론 ‘현충원이 울던 그날’, ‘사라진 갯벌’, ‘우리 시대의 얼굴’, ‘추모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사진집’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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