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수필집 '나는 행복하다'··· 우물-장독대 소소한일상에 얽힌 이야기 가족의 소중함 담아

고향은 언제나 포근한 어머니의 품속이다.

낯설지 않고 인정이 넘치며, 낯익은 사람들을 보면 볼 때마다 따사롭고 정겹다.

하지만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고향은 제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객지 생활 수십 년만에 찾은 고향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고향을 떠나 버린 빈집들은 하나둘 무너지고 철거하다 보니 공터만 생긴다.

골목에 다니는 사람도 노인들 뿐이다.

내가 살던 옛 집, 이제 빈 집으로 남아있다.

텃밭을 일구기 위해 갈 때마다 힘없이 연기는 피어나고 균열이 생긴다.

’(늙어 버린 내 고향 중에서) 임실 치즈마을 출생으로 평생 동안 농촌지도직을 근무한 이종찬씨가 수필집 ‘나는 행복하다’(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

농촌에서 향토봉사를 해와서 그런지 책은 고향에 대한 생각부터 시작된다.

저자의 고향집은 8.3m나 되는 우물이 있고, 뒤뜰에는 장독대와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있는 전형적인 시골집이다.

마당 동편에는 봄의 전령사 복수초를 시작해 백합, 돌단풍, 장미가 계속 피고 만발한다.

이제는 떠나버린 고향집을 일주일에 두어번 찾으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책은 고향집에서 시작해 어머니의 추억, 40년 지기 친구, 임실치즈의 과거와 현재 등을 통해 지나가버린 세월과 그 자리를 메운 추억을 담아낸다.

또 40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모았던 월급봉투와 일기장이 전주기네스에 선정되는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방송에 출연하고 전시회도 열면서 황혼의 또 다른 희망을 담아가고 있다.

소소한 일상에서 찾는 행복도 잊지 않고 기술하고 있다.

복지관에서 배우고 있는 서예를 통해 정서 순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으며, 집 앞 화단에 휘늘어진 감나무를 통해 가을의 풍요로운 수확도 기대하고 있다.

글은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기보단 우리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을 쉽게 풀어낸다.

저자가 살아온 흔적을 더듬더듬 상기하며 곳곳에 깃든 추억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집의 강아지며 집 앞에 핀 이름 모를 들꽃까지 글의 소재가 된다.

함께한 가족의 소중함을 물론이고 마을 주민들도 저자 인생에겐 매우 귀중한 존재로 비쳐진다.

하물며 마을 앞에 흐르는 시냇물가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또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건강과 돈, 배우자 그리고 친구다.

건강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지만 돈은 의아스럽다.

하지만 참신하고 떳떳한 사회생활과 부끄러움이 없는 경제 활동엔 돈이 필수다.

저자는 “4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농민과 사투를 벌이며 3,000만석 돌파로 쌀 자급에 노력한 게 가장 보람차고 긍지를 가진다. 나이 들어서도 내 곁과 이웃을 챙기고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며 살아가려 하고 있다”며 “완숙하지 못한 작품이지만 닭 천 마리 중에 학이라도 끼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엮었다. 단 한 편이라도 공감되는 대목이 있으면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순창, 남원, 진안, 임실군 등에서 농촌지도직으로 근무했고 녹조근정훈장, 농수산장관상, 향토봉사공직자상 등을 수상했고, 천년전주기네스에 선정된 바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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