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부국장

‘3년 병수발에 효자 없다’는 옛말대로 치매 환자가 있는 집은 황폐화 과정을 겪는다.

치매 환자를 돌보다 시간 문제로, 돈 문제로, 책임 문제로 가족 간 유대감이 없어지고, 끝내 여러 형태로 그 가정에 불행이 찾아든다.

치매는 ‘가정파괴 질환’인셈이다.

고령 사회를 맞아 급증하는 치매 질환을 국가가 맡아 관리하는 '치매 국가책임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세곡동 서울요양원을 방문, 치매 환자와 가족 등을 만난 자리에서 “치매 관련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10% 이내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는 이제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며 “이달 말까지 대책을 마련해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가 치매 책임제’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가 '보건의료 정책 1호'로 추진하는 이 제도는 그간 치매 환자 가족이 오롯이 감당했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대부분 국가가 대신 지는 것이다.

정부는 치매 관리 인프라 확충,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 완화, 경증 환자 등 관리 대상 확대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부터 예방, 관리, 처방, 돌봄 등 치매 원스톱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첫 단계로 현재 전국 47개소에 불과한 치매 지원센터를 총 252개로 늘려 대부분의 시군구에 배치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관련 인력도 2배로 증원하기로 했다.

또 전국 79개 공립요양병원 중 34개소에만 있는 치매 전문 병동을 나머지 45곳에 모두 개설하기로 했다.

이에 드는 예산 2천23억 원은 이번 추경에 반영했다고 한다.

현재 병원이나 항목에 따라 20~60%로 천차만별인 치매 관련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10% 이내로 낮춰 다른 중증·희소 질환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는 이달 초 문 대통령이 서울요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약속한 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는 72만5천 명인데 2024년 100만 명, 2041년 200만 명, 2050년 270만 명으로 가파른 증가가 예상된다.

환자에게 드는 연간 관리비용은 2015년 현재 1인당 연간 2천33만 원이며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총 13조 2천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9%에 해당한다.

2050년이면 총비용이 106조5천억 원으로 불어나 GDP의 3.8%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런 막대한 비용의 대부분을 지금처럼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감당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환자 간병 문제를 놓고 다투다 가정파탄이 나거나 살인,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전격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이고 언젠가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는 대부분의 국민도 큰 기대를 갖고 이 제도의 정착 과정을 지켜볼 것 같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지만, 시행 과정이 순탄하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

사업 재원을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에서 충당한다는 게 정부 구상인데, 막대한 비용 추가로 보험 재정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다른 질병 환자들이 상대적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치매의 경우 특히 예방이 중요하다.

일반 국민에게 치매 예방법과 심각성을 널리 홍보해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치매 환자를 국가가 관리해 준다 해서 환자나 가족의 책임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환자 가족의 도덕적 일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자 가족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제도적 예방 장치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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