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는 영서변전소(송전선로를 통해 들어온 34만5천V의 전압을 15만4천V로 낮춰 하위변전소로 보내는 역할)의 개폐장치의 문제가 발생하여 나타난 노후 변전시설의 단순 고장으로 인한 문제였다고 한다.

한국전력의 경우 노후화된 설비에 대한 주기적인 보수와 관리를 하기에 그나마 우려는 적다.

문제는 고압아파트나 산업단지의 자가 변압기의 경우 노후화돼 파급고장이 생기는 등 관리의 한계에 다다른 곳이 많이 있다.

여름철 갑작스런 전력수요의 급증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전력수급 인프라 外 민간 인프라의 고장으로 인해 발생될 정전 등 위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전력 수요 그래프를 보면 산봉우리(Peak)처럼 솓아오른 여름철 14시에서 17시 사이의 최대수요전력을 흔히 전력피크라고 이야기 한다.

최근 5년간 대한민국의 전력피크는 최고치를 갱신해오고 있다.

2013년 1월 7,652.2만kW 였던 최대수요는 다음 해 400만kW나 상승했으며, 2016년 여름에는 8,518.3만kW란 유래 없는 최대 전력수요를 갱신했다.

이런 전력피크의 특징을 보면 에너지 수요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먼저, ’13 ~ ’14년의 전력수요는 여름보다 겨울철 최대전력수요가 높은 특성을 나타내는데 당시 엄청난 한파와 함께 난방에너지의 전력화(電力化 : 기존 사용 에너지원들이 전력으로 변환되는 형태)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이 후에는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점점 높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폭염일 수가 급증하여 냉방 전력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런 솟구치는 전력피크는 단순하게 발전소를 통한 전력 공급량 확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고압송전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전력망 특성상 변전소의 용량확대뿐만 아니라 배전망의 보강 등 인프라의 확충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력은 프리미엄(Premium) 에너지라고 한다.

말 그대로 값 비싼 에너지이다.

화력발전을 예로 들자면 화석연료를 태워 증기 터빈으로 전력을 생산 후 이 전력은 다시 송․변전을 거치고 배전을 거쳐 사용자에게 전달되는데, 이런 전환손실은 25.3%나 된다고 한다(현대경제연구원, 2013).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력수요에 발맞춰 준비하는 전력예비율은 혹시 쓸지 안 쓸지 모르나 블랙아웃을 대비한 어찌 보면 전력수요의 리스크 부담과 같은 보험비용이라 할 수 있다.

즉 전력수급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말 그대로 비용(Cost)인 것이다.

전력의 수요관리는 크게 부하관리와 효율향상으로 나눠진다.

부하관리는 앞서 살펴본 전력피크를 억제시켜 전력공급설비의 이용효율화와 함께 지나친 예비력 확보를 위한 비용을 줄이는 것이며, 효율향상은 효율이 개선된 전기설비와 가전기기의 보급으로 지속적으로 수요를 감소시키는 에너지 이용 합리화를 달성하는 방법이다.

전력 1kWh 절약효과는 공급에 비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던 전환손실을 고려한다면 공급보다도 1.25배나 큰 효과를 거둔다.

뿐만 아니라 14~17시 전력피크시간 때 효율적인 사용으로 전력피크를 낮춰 전력망의 효율화와 예비율 관리만 이루어도 이는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병행한 효율적인 사용습관, 전력피크시간의 전력과소비 자제 등 작은 습관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전력수급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다.

전력(電力)은 우리의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제적 재화(財貨)다.

하지만 이런 전력의 생산을 위해 우리는 환경과 수많은 사회적 비용을 희생하였기에 그만큼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 생활을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소중한 전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適材適所) 사용하는 스마트한 노력을 오늘부터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에너지공단 전북지역본부 권진곤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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