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 녹음 1970년대 젊은락커대신 아재삘연주

조석창기자의 '한장의 음반'
이글스 'Hell Freezes Over'

2000년 밀레니엄시대를 맞아 가정용 기기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것이 DVD다.

극장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돌비 서라운드 시스템이 녹음돼 현장감 있는 사운드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그에 맞는 오디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전제조건도 포함됐다.

DVD는 음향 뿐 아니라 화질에서도 놀랄만한 발전을 기록했다.

디지털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이전이지만 DVD는 그와 비슷한 화질을 보여줬다.

막 보급이 시작된 대형 가정용 프로젝터가 밀물같이 쏟아져 나왔고,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아도 화질 좋은 대형화면에 엄청난 사운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물론 다시 언급하지만 그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서다.

이번 음반은 호텔 캘리포니아로 유명한 미국 록밴드 이글스다.

이글스는 1970년대 활발한 활동을 하다 해산됐다.

이후 잠잠한 가 싶더니 1994년 재결성됐고, 기념 콘서트 실황앨범 ‘Hell Freezes Over’를 발매했다.

이 음반이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최초로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로 녹음이 됐다는 것이다.

아마 DVD가 세계를 강타할 것을 미리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사운드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특히 이들의 대표곡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퍼지는 저역 사운드는 지금도 잊기 힘들 정도로 인상적이다.

이 음반을 처음 접한 게 2000년 정도로 기억이 되고, 이맘때쯤 국내에서는 해마다 오디오쇼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이글스의 이번 앨범은 단골 메뉴였다.

수입오디오 부스마다 이 음반을 틀어놓은 채 자신들의 제품을 자랑하기 일쑤였다.

당시 DVD로 음악이나 영화감상을 즐기는 사람치고 이 음반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른바 ‘집집마다 명반’인 셈이다.

음반은 이글스의 주옥같은 곡들이 수록됐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물론 이들의 또 다른 대표곡 ‘데스퍼라도(Desperado)’도 만날 수 있다.

감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혈기 넘치던 젊은 락커는 온데 간데 없고 할아버지 뻘의 아저씨들이 나와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한다.

영상이 흔치 않던 시절이라 목소리만을 통해 들었던 호텔 캘리포니아를 할아버지들의 연주로 접하게 되니 처음엔 무척 낯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내 이들도 사람인 걸, 세월의 흐름은 절대 거스를 수 없다는 진리를 떠올리게 된다.

이 앨범 또한 발매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으니 아마 이글스 멤버들은 이제 진짜 할아버지가 됐을 게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주옥같은 노래들은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영원한 사랑을 받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것이 음악의 위대한 힘이 아닌가.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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