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같이 집앞 계단을 내려오고 사무실 계단을 오르며 출근을 한다.

마치 내발과 계단은 악수를 하듯이 아침 인사를 하고 사람과 건물이 발 악수 인사를 나누고 한다.

이같이 생활에서 밀접한 공간이고 또는 넘어져서 다치기도 하는 공간이고 누구를 기다리는 공간, 책을 읽는 공간, 여행을 하다 잠시 쉬어가는 공간, 길거리 음악을 듣는 객석이 되는 공간이다.

인문학에서는 계단을 인생에 비유하여 여러 가지로 이야기한다.

슈테판 볼만은 인생을 소득 시스템에 따라 준비기, 활동기. 휴식기의 3계단으로 분류하였다.

에드워드 멘델슨의 ‘인생의 7계단’은 7편의 명작과 함께 탄생, 어린시절, 성장, 결혼, 사랑, 부모, 미래를 다뤘다.

이외수는 인생의 4계단을 관심, 이해, 존중, 헌신으로 하여 아름다운 글을 썼다.

평소 연습벌레요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 프로골퍼 최경주도 ‘인생은 계단의 연속’이라며 욕심내지 말고 한 계단씩 올라야 한다고 그의 생활철학을 토로했다.

이렇듯 계단은 거치지 않으면 오르거나 다다를 수 없기에 삶의 비유로 많이 쓰이고 있으며, 프랑스 건축사 에블린 페레크리스탱은 ‘계단-건축의 변주’를, 임석재 교수는 ‘계단-문명을 오르다’란 저서를 통해 계단을 통찰하고 있다.

계단은 수직으로 분리된 곳을 이어주는 것이 임무이나 인류사와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기능하였다.

하늘에 오르기 위해 바벨탑에 놓인 계단은 인간이 신과 같아지려는 욕망이고,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태양신전 계단은 신을 위한 것이며, 야곱의 사다리는 하느님과 교통하는 이동계단이다.

자금성 태화전의 독립된 3개의 계단은 황제의 위엄을, 경복궁 근정전의 한곳에 만든 3개 계단은 약소국의 애환이 드러나 있다.

부산의 40계단은 한국전쟁 시 피란민들과 부두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있지만, 어떤 계단은 연인들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계단과 미끄럼틀이 함께 있는 곳엔 어린이들의 꿈이 영글고, 병원의 피아노계단은 건강을 되찾게 한다.

차도와 보도는 한 계단 차이로 생명을 보호하지만, 잠 진 비상계단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지도 하였다.

며칠 모 건축물 지하에 주차하고 돌음계단을 오르다 보니 안 쪽과 바깥의 계단너비가 같아서 비뚤어가게 되는 곤혹을 당했고, 어느 지하도는 벽과 직각을 이루지 않아 반듯이 가기가 어려운데 이런 예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에는 엘리베이터보다 계단 오르기를 원하는 관람객이 많아 한 개뿐인 계단을 증설했다고 한다.

그들은 법을 떠나 편의와 안전을 위해 계단을 증설하는데, 우리네는 법정계단조차 오류를 범하고 있다.

프로정신의 결여로 수많은 건축인들을 욕되게 하는 그들의 삶의 계단도 그리 오르지 않을까 염려스럽고, 부끄러울 뿐이다.

/주)라인종합건축사사무소 김남중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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