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동네북 신세다.

당 해체론, 리모델링론, 더불어민주당에 흡수통합론 심지어는 당 소멸론 등 여기저기서 국민의당 미래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은 5.9 대선에서의 패배도 치명적인데 여기에 문준용씨 채용 의혹 조작 파문으로 카운터펀치를 맞아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국민의당이 현재 위기를 맞게 된 배경을 곰곰이 뜯어보면 자업자득 측면이 많다.

대선 과정을 돌아보면 안철수 당 대선 후보의 TV 토론 열세,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국민의당 영입 실패 등이 결정적이다.

TV 토론만 더 잘 했더라도, 민주당 박영선 의원만 국민의당으로 끌어들였더라도, 또는 다른 당과의 통합 연대 문을 열어놓았더라면…, 5.9 대선 판도는 매우 달라졌을 것이라고 요즘 여의도 정치인 상당수가 얘기한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라 치더라도, 최근의 사태에서도 국민의당 대처 방식은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의 창업주이자 대선 후보를 지낸 만큼 국민에 대한 사과를 서둘렀어야 한다.

사태 추이를 살펴볼 게 아니라, 박주선 당 비대위원장이 공식 사과할 정도의 엄청난 일이라면 본인이 직접 나섰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과거 최강의 군대로 꼽혔던 로마인들에 대해 “시간이 약이라는 방법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썼다.

전쟁이든 중요한 사태가 벌여졌을 때, 시급히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크게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시간이 지난다고 여론이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잠잠해질 뿐이지 언젠가는 다시 불같이 타오르게 마련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흑색선전, 마타도어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이번과 같은 조작 및 언론 공개는 범죄 행위다.

어느 누구도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편들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안 전 대표는 이 일을 알게 된, 그 즉시 대국민 사과를 했어야 한다.

아쉽게도 골든타임을 넘기면서 회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앙당의 진상조사 역시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데 당의 진상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의아하다.

검찰 수사 내용과 다른 게 나온다면 그 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안 전 대표의 사과 같은 서둘러야 할 일은 나중에 하고, 당 진상조사처럼 천천히 해도 될 일은 부랴부랴 마무리해서 발표해 버렸다.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국민의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론조사만 보면 당의 신속한 회생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정당 지지율은 두 자릿수 넘어서기가 버겁다.

아예 문을 닫고 민주당에 흡수돼야 할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뜯어고쳐서 새 출발을 해야 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국민의당은 이번 기회에 지지율 0%까지 내려가야 한다.

존재 이유가 없어질, 맨 밑바닥까지 내려가고 국민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죽음 직전까지 가야 한다.

사즉생이 왜 나왔겠는가.전북으로 봐서도 국민의당은 회생을 해야 한다.

경쟁 상대가 있어야,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

국민의당이 있어야 문재인 정부도 신경을 쓰게 된다.

만일 국민의당이 소멸되고 전북과 호남이 ‘문재인 정부-민주당 일당’ 체제로 구축되면 전북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국민의당이 있어야, 정부도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1기 내각 구성에서 전북은 광주전남 출신의 대약진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총리와 부총리,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등 요직은 모두 광주전남이 차지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런 상황에 대해 비판이나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야당인 국민의당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국민의당은 더 낮은 자세에서 도민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차분히 살펴야 한다.

/김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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