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란 '한국인 왜 아플까'··· 비교와 경쟁 경직된 사고 방식-사회구조서 원인 찾아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속담이 있다.

질투와 시기심이 많은 한국인들을 잘 표현한 문장이다.

백 세 시대가 도래했지만 유독 한국인들은 아프다.

못 먹고 못 입어서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했고,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특유의 습성으로 인해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중국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귀화한 저자 첸란은 이런 한국인들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진단하기 시작했다.

책 ‘한국인 왜 아플까’(반디)는 중국인의 시각으로 오늘날 한국인이 아픈 이유를 이야기한다.

자살률 1위, 출산율 세계 최하위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을 저자 나름대로 문제를 찾고 진단하며 치유하고 개선점을 제시한다.

우선 저자는 한국인이 아픈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첫째, 비교하기 때문에 아프다.

경쟁에 몰두하다보니 뒤처지면 불쾌하고 괴롭다.

시기질투가 여기서 시작되며 아픔의 원인이 된다.

체면도 아픔의 원인이다.

도를 넘는 실속 없는 허세와 거짓으로 포장하기 원하는 한국사람들은 그릇된 체면으로 인해 자신을 아픔으로 구렁텅이로 인도한다.

삶의 기준을 자신이 아닌 남의 시선에 두기 때문이다.

힘든데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환경도 아픔을 유도한다.

힘들다는 내면의 소리를 외면한 채 참다 참다 결국 전부를 잃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도 포함된다.

한국에선 힘들다, 어렵다란 말이 금기시돼 있다.

이런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다보니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다.

과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얽매인 사람도 아픔을 안고 산다.

과거의 상처를 훌훌 털어내고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게 정상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과거에 머무른 채 마음에 상처만 내고 만다.

과거의 상처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한 발걸음만이 아픔과 이별하는 길이다.

이밖에 저자는 또다른 이유로 아픔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진단한다.

미워하고 증오하는 한국 사람들은 기본이요, 꿈과 현실이 멀어진 것을 느끼는 한국 사람들은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마음에 여유공간이 없거나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지거나, 외모 지상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함이 또 다른 아픔의 원인이다.

어디 이뿐이랴. 무한경쟁에 내몰리거나 수직적 서열문화와 상습적 언어 폭력, 획일적인 사회구조 등도 저자가 바라본 한국인이 아픈 이유다.

저자의 이런 관점은 오랜 동안 이방인으로 눈으로 한국에 살면서 바라본 자신만이 관점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는 대목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에 대한 동경이 사라지는 시점과 동시에 비판의식이 막 생기는 시기에 출간된 이 책은 날카롭고 진지하다.

우리가 평소 깨닫지 못했던 점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한국 사회를 진단했다.

아프면 말해야 하고, 문제를 찾아야 하고, 진단해야 하고, 치유해야 하고, 의식과 환경을 바꾸어야 하고, 개선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시 중고 교사로 재직했던 저자 첸란은 1992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북경 연합대 한국캠퍼스 교수를 비롯해 주한 중국문화원, 강원대, 한국무역협회 아카데미 등에서 중국어 강의를 했다.

또 국토건설부, 서울중앙지법, 한국경제심포지엄 등에서 통역으로 일했으며, 첸란 차이나로드 대표다.

저서론 ‘웰컴투 차이나’, ‘살벌한 한국, 엉뚱한 한국인’, ‘한국인이 모르는 중국인의 심리코드’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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