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통음악과 춤등 우리고유의 예술을 보존할 수 있었던 자생적 공간인 '낙원권번'이 전주 대표 한정식집 '행원'에 새롭게 둥지를 튼다.

한국 전통 음악과 춤 등 우리 고유의 예술을 보존할 수 있었던 자생적 공간인 ‘낙원권번’이 본래 자리였던 전주의 대표 한정식집인 ‘행원’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문을 연다.

전국에 있는 각 권번들의 교육과정은 가·무·악으로 비슷했지만 전통예술 학습장이자 풍류객들의 모임터였던 ‘낙원권번’은 정통성이 강조됐던 곳으로 전주한옥마을을 기점으로 풍남문, 남부시장 등 주변 관광 인프라를 살려 많은 예술인들을 길러낸 곳이기도 하다.

‘낙원권번’은 일제강점기에 전통적인 예술분야를 지키면서 시대적 상황에 맞는 예술장르를 개척하는 등 스스로 문화적 근대화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며 풍류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지난 1928년 건립된 이후 전주국악원이었던 낙원권번을 1942년 남전(藍田) 허산옥(1926∼1993)이 인수해 행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당시 남전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생계 자체가 어렵거나 피난을 온 내로라하는 당대의 예술인들을 불러들여 후원하고 창작활동을 북돋게 하는 등 행원은 예술인 식객들이 줄을 이었던 곳이다.

이후 시대가 변하면서 전주를 대표하는 한정식 집으로 변모한 행원은 건전한 국악공연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전주의 풍류 명소’로 명성이 자자했다.

특히 행원은 전주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의 번영을 함께해온 곳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맛 집으로 세간에 소문난 곳이다.

행원은 건물 앞마당에 정원을 둔 우리나라와는 달리 ‘ㄷ자’ 건물 안쪽에 작은 연못과 정원을 갖춘 일본식 한옥으로 설계되는 등 독특한 일본식 한옥 구조로 이목을 끌었다.

최근 행원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1928년 당시 환경과 역사, 생활상 등을 그대로 반영하는 등 낙원권번 건물을 완벽히 복원시켰다.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건물 안에는 현대적인 요소가 가미됐지만 옛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곳을 찾는 관광객 등과 시민들에게 한 때 번성했던 낙원권번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행원은 기존의 한정식 집에서 탈피해 테마별 한옥소리카페로 재단장했다.

행원은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갤러리 형식의 공간과 한옥집이면서 밝은 문화적 색채를 도입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공간, 공연과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공간 등 각각 특색에 맞는 복합테마공간으로 조성됐다.

내부는 기존 식당이었던 자리를 소통과 화합의 장소로 재현해 방문객들이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낙원권번이었던 이 건물에는 판소리를 비롯해 무용, 기악 등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무대가 마련돼 판소리 명창 등 각 부문 공연과 함께 무대에 섰던 계승자들이 관광객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일일강연에도 나설 예정이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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