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치-이치전투 문헌-지명 실증소설 전주를 지켜낸 울치 대혈전 이야기 전개

1592년 조선은 건국 200년을 맞아 최대 위기에 봉착한다1592년 조선은 건국 200년을 맞아 최대 위기에 봉착한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것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조선은 모든 것이 황폐화됐고,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다양한 소설이나 영화 등이 쏟아져 나왔지만 유독 눈에 띠는 책이 화제다.

전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목윤 시인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신아출판사)가 최근 발간됐다.

‘만약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다’는 충무공 이순신의 말을 제목으로 사용한 이 책은 임진왜란의 웅치와 이치전투를 각종 문헌과 설화, 지명을 사용한 실증소설이다.

이 전쟁은 임진왜란 최초 육상전 승리로 전주를 지켜낸 울치 대혈전을 중심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답사와 이야기방식으로 풀어낸다.

7년의 전쟁으로 인해 조선은 강토가 초토화되고 수백만의 백성이 부모 자식을 잃었다.

하마터면 나라가 없어질 상황이었지만 호남이 있어 지켜낸 것이다.

당시 호남사람들은 호남 뿐 아니라 호남 밖까지 지원군이 돼 각종 치열한 격전지마다 참여했다.

조선 8도 중 7도가 적의 수중에 유린됐지만 전라도 한 도가 살아 전투력을 확보하고 군량미와 무기 등 전쟁물자를 조달했다.

심지어 명의 원정군과 말먹이까지 호남에서 충당됐다.

이렇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 안의 사정을 잘 나타낸 충무공 말은 4백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명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당시 역사현장의 중심이던 호남, 특히 전북은 뒤쳐져 있다.

전주가 지켜져 호남평야가 살아남았고, 해상으론 충무공의 전투, 육상으론 웅치와 이치 전투로 인해 나라의 운명을 구했음에도 말이다.

이치에는 손바닥만 한 땅에 비석 몇 개, 웅치는 웅치전적비 하나 달랑 서 있는 게 전부다.

4백년 동안 방치해온 직무유기인 셈이다.

이 소설은 임진왜란 사 중 간헐적으로 또는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웅치대전의 문헌과, 이곳 전적지 일원인 진안과 소양의 설화 그리고 지명의 유래들을 종합분석하고 천착해 엮었다.

없는 것을 찾아서 있다고 말하고 아니다라고 한 것들을 옳다고 말하는 실증소설이다.

특히 저자는 임란의 역사현장을 모두 성역화한 경남 지역을 비롯해 메머드급 호국공원을 건설하는 타 지자체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분하고 한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웅치전을 대첩으로 승격시키고 그 역사의 현장을 성역화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펜을 잡았다.

당시 백병전을 치른 장졸들은 물론 함께 싸우고 그 싸움을 뒷바라지한 모든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바로 그들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임진왜란의 웅치 싸움은 아직도 진행형임을 알게 된다.

임진왜란은 한반도에서 아직도 활화산처럼 살아 움직이는 역사의 실체인 것이다.

그날의 비극과 교훈은 오늘도 내일도 우리의 다짐을 유효하게 만들고 언제나 새로운 시작으로 재조명해야 함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전적지를 복원 성역화 해 선현들의 후손된 도리를 다하자는 것이고, 호국성지의 중심이 돼 우리 스스로 자긍심을 높이고 활력을 찾는 게 이 책이 바라는 것이다”며 “이 사업은 우리를 하나로 엮는 총화이고 보다 나은 삶이 역동하는 활력이 될 것이다.

이 소원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오직 가슴에 웅크린 한과 애향식과 우국충정을 이 책에 담는다”고 밝혔다.

1936년 완주군 소양면 출생인 이목윤 작가는 전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월간 ‘한국시’로 등단했다.

1992년 첫 시집 ‘바람의 이랑을 넘어’ 후 ‘별밭 이랑에 묻고’, ‘귀택’, ‘지리산 연가’, ‘차나 한잔 더 드시게’, ‘영혼의 반짇고리’ 등의 시집을 냈다.

소설로는 ‘소양천 아지랑이’, ‘비둘기자리 별’ 등이 있다.

1995년 열린시문학상, 2002년 한국전쟁문학상, 전북예술상, 2008년 전북펜 작촌문학상, 전북문학상, 2016년 목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저자는 1956년 육군 소위로 임관한 후 중위 때 한미연합작전 중 부상을 입어 대위로 퇴역했다.

심한 장애를 가졌지만 귀향한 후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완주 소양의 향토발전에 힘쓰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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