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예언'··· 1983년 대한항공 피격사건과 닮은 현재 국제정세, 소설 속 인물로 돌아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는 누구나 있다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는 누구나 있다.

대한민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1983년 비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대한한공 007편이 피격됐고, 탑승객 269명이 전원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를 허둥지둥했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소설가 김진명은 문재인 정부에 과거로의 회귀를 결정했다.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 싼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다.

싸드 배치 이후 중국은 등을 돌린 형태며,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자국이 이익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발간된 김진명 소설가의 ‘예언’은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의 파워게임이 한창인 시절도 돌아가 현재를 반추한다.

뉴욕과 베를린, 비엔나, 모스크바 심지어 평양이 소설의 주무대다.

소설은 대한항공 007 피격이 큰 축으로 작용한다.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이 피격사건은 당시 269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할린 근처에서 소련 전투기에 격추당한 사건이다.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한민국 정부는 신정부 출번 이후에도 불어온 후폭풍에 우왕좌왕하는 모습과 별 반 다르지 않다.

냉전 이후에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4강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34년전 비행기 피격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한반도의 현재와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강한 시사점을 남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남북관계와 통일의 중요성을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제시한다.

소설은 여동생을 잃고 러시아행을 꿈꾸는 지민으로부터 시작된다.

동생 지현을 잘 지키라는 아버지 유언이 있었지만 동생이 미국으로 입양되면서 이별을 맞는다.

14년 후 미국 명문대학을 졸업한 동생 지현은 오빠 지민을 만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데, 문제의 비행기에 타면서 얄궂은 운명이 시작된다.

남매의 두 번째 이별인 셈이다.

슬픔에 반미치광이가 된 지민은 대한항공기를 격추시킨 소련 전투기 조종사를 암살하기로 결심한다.

러시아어를 배우면서 러시아행을 계획했지만 갑작스레 미 연방수사국에 체포되면서 억울한 수감생활이 시작된다.

낯선 운명에 던져진 지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에 빠져들게 되는데, 소설은 지민이란 인물을 통해 당시 1980년대 국제정치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복수심에 불타는 주인공은 뉴욕, 베를린, 모스크바 등 세계 각지를 숨 가쁘게 돌아다니고 저자는 당시 각 국의 지도자들인 레이건, 고르바초프 등을 등장시켜 과거 역사를 현재의 역사처럼 보여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연망이 해체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전개되면서 저자는 특유의 상상력을 통해 예상을 뛰어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의 놀라운 국제정치적 통찰이 소설의 중요한 소재가 될 뿐 아니라 드라마적인 재미의 극치까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소설은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도 꼬집는다.

거대한 비행기가 감쪽같이 사라졌지만 속시원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참사를 겪으면서도 정부는 해당국에 아무런 항의조차 하지 못했고, 격추된 비행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채 사건의 중심에 뛰어든 지민, 과연 주인공은 동생의 복수를 할 수 있을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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