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폭포 순환코스 주천면 소재지 시작 약 11km 소요시간 5-6시간 연리목 '용소나무' 소원 이뤄줘 구룡폭포 아홉마리 용 살다 승천했다는 전설 있어 제5곡 유선대 신선들 바둑두며 놀았다 이름 붙여져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과 소원했다면, 함께 땀 흘려 걷고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앉아 물빛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도보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지리산 둘레길은 전라북도 남원에서부터 시작해 남원에서 끝나죠. 지리산을 한 바퀴 도는 22코스는 저마다 역사?문화, 지역적인 특성과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데요. 1코스에서 연장된 구룡폭포 순환코스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구룡폭포 순환코스는 1코스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1코스의 시작점에서 출발합니다.

 남원역에서 8㎞ 떨어진 남원시 주천면 소재지에서부터 시작되는데요. 대부분의 열차 시간에 맞춰서 시내버스가 연계되고 있습니다.

 도보여행 코스의 길이는 약 11㎞(지름길을 이용하는 경우 9㎞) 정도, 소요시간은 천천히 걸었을 때 5~6시간 소요되며, 한 바퀴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오기 때문에 교통편을 이용하기 편합니다.

이열치열로 여름을 이긴다  

 트레킹은 전문적인 등산 기술이나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산악 자연 답사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산의 정상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산의 풍광을 즐기는 여행의 한 형태이죠.  그렇더라도 아직 몸이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작점부터 약 2㎞ 정도는 급경사를 올라가는 힘든 구간입니다.

사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적송으로 우거진 오솔길이 지리산의 실핏줄이라는 것부터가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긴 합니다.

 힘들이지 않고 얻는 성취감과 기쁨이 없듯이, 구룡폭포 순환코스가 좋은 점은 등산의 노고에 대한 계곡의 축복이 보상처럼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시작점에서 만난 노인은 근처 동네 주민입니다.

아직도 지게가 유용하게 쓰이는 이곳은 도시보다 시간이 훨씬 늦게 가나 봅니다.

  길에 떨어진 손수건    

입사 동기라는 두 남자분과 시작점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개미정지(쉼터) 스탬프 함에서 손수건을 꺼내 스탬프를 찍었고 그들은 먼저 출발했습니다.

 천천히 뒤따라가다 보니 길 위에 스탬프가 찍힌 손수건이 떨어져 있어서 주워들고 그들을 좇아 속도를 냈습니다.

 손수건 한 장이 별것 아니지만, 이 산속에서는 얘기가 다르지요. 찾아준 손수건으로 인해 그들은 마음을 활짝 열어줬습니다.

 입사 동기기도 하지만 퇴사 동기라고, 압박에 못 이겨 명퇴한 지 얼마 안 된 아픈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우린 길 위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머니의 산이라고 불리는 지리산이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줘서 다시 기운을 낼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사랑 소나무 연리지(용소나무)    

원래 구룡폭포 순환코스는 회덕마을에서 갈라지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그쪽 길이 포장된 도로를 타는 구간이 있는 터라, 사람들은 지리산 연리목 직전 갈림길에서 곧바로 구룡폭포로 가는 우측 편의 지름길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만약 주천면 덕치리 회덕마을에 있는 샛집을 보고 싶다면 회덕마을에 들렀다가 원래대로 구룡폭포 쪽으로 나뉜 길을 이용하면 됩니다.

 회덕마을의 초가는 1895년(고종32)에 이주하여 현재 3대째 후손들이 살고 있습니다.

 원래 마을 전체가 억새로 지붕을 이은 샛집이었으나, 지금은 이 집만 남아있어서 전북 민속자료 제35호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시작점에서 1시간 40분쯤 걸었을 때 드디어 지리산 연리목이 보입니다.

 두 개의 소나무가 서로 붙어서 껍질이 벗겨지고 물관과 체관이 하나로 연결되어 한 나무의 밑동을 잘라내도 다른 나무가 공급해주는 영양분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심동체가 연리지 현상이죠.   

몇 년 전 제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밖에서 기다리며 저는 오직 연리지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연리지에 대한 특별한 감흥이 있어서인지 쉽게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용이 비상하는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용소나무’라고도 하는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거나 소원을 빌면 행운과 건강이 오래 이어진다고 하네요.    저는 이 소나무를 보면 볼수록 비탈에 서 있는 큰 소나무가 쓰러질까 봐 작은 소나무가 반대편으로 버티면서 한 손으로 큰 소나무를 감싸진 것 같은 모습이 보입니다.

 혹시나 팔 힘이 빠져서 놓치게 될까 봐 두 바퀴나 칭칭 감아쥔 모습에 숙연하고 신비로울 뿐입니다.

   용소나무 근처에서 구룡폭포로 가는 지름길에 산불 조심 리본을 매달고 있는 부산에서 온 도보여행 인터넷 동호회 ‘길사랑 어울마당’ 카페의 송진구(69세) 뚜벅이 고문을 만났습니다.

 회원이 2,700명 정도 된다는데 일부 회원들이 조만간 오기로 되어있어서 사전 답사를 나왔답니다.

 걷기를 좋아해서인지 아무리 봐도 제 나이를 읽을 수가 없는 그분은 이곳의 흙냄새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립니다.

  구룡폭포(九龍瀑布)    

용소나무 삼거리에서 우측 길로 600m쯤 가면 드디어 구룡폭포가 나옵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로 인해 구룡폭포라고 합니다.

 폭포 밑에 조그마한 바위 못이 있는데 각각 용이 한 마리씩 차지하고 있다가 구름이 일면 나타나서 꿈틀거린다 하여 교룡담(交龍潭)이라고도 부릅니다.

 폭포 아래로 바위를 따라 흘러가는 물줄기는 가히 승천하는 용처럼 힘차게 꿈틀거리네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용의 기운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지리산의 맑은 물을 머금고 용솟음치는 기운을 받아가기에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구룡폭포에서 시작해서 육모정까지 구룡계곡의 길이는 약 4㎞, 작은 폭포가 계속 연결되어 걷는 내내 물소리가 시원합니다.

 가슴속 묵은 때도 씻기거니와 귀도 깨끗하게 씻어져서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구룡계곡은 계속해서 용하고 관련된 장소들이 이어지는데요.  구룡계곡 9곡 중 7곡에 해당하는 비폭동(飛瀑洞)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로 인해 아름다운 물보라가 생깁니다.

그 모양이 마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양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가뭄 때문에 물줄기가 말라서 아쉬움을 남겨두고 내려왔습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멀리서 오신 분들이 시간도 잊어버린 채,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평온하게 잠든 모습이 살짝 걱정됩니다.

 흘러가는 계곡 물이 정작 흘러가는 시간을 잊게 하나 봅니다.

 그분들이 내려놓은 근심들은 어디쯤 흘러가고 있을까요    신선들이 바둑을 두면 놀았다는 제5곡 유선대에는 바둑판 대신 윷놀이 판이 바위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신선들이 바둑보다 윷놀이를 더 좋아했을까요? 사실 제가 여럿이 어울려서 함께 놀 수 있는 윷놀이를 더 좋아합니다.

서암은 계곡 건너편 바위의 모습이 앉아서 독경하는 스님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서암 밑에 웅덩이는 소(沼)에 해당하는데요. 지리산이 세수하려고 손바닥에 맑은 물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6곡 지주대는 기암절벽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지붕이 6각형이라 이름 붙여진 육모정은 400년 전에 이 지역의 선비들이 용들의 놀이터라 불리는 용소 앞 너럭바위 위에다가 지었는데, 1961년에 큰비로 유실되었다가 1997년에 현재의 자리에 복원된 것입니다.

 너럭바위는 용보다 사람들이 더 좋아해서 피서철에 인기가 아주 좋은 곳입니다.

육모정 바로 앞에는 춘향 묘가 있습니다.

 남원을 배경으로 한 고대소설 춘향전의 주인공 성춘향의 묘가 맞습니다.

 1962년에 묘의 위치에서 ‘성옥녀지묘’라 새겨진 지석이 발견되어 정성스럽게 묘역 단장을 해놓은 것입니다.

춘향 묘 옆에는 1927년에 설립된 용호서원도 있습니다.

 용소는 무척 아름다운 곳인데, 사고에 대비해서 그물로 씌어놔서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국창 권삼득과 용소 이야기    

이곳 구룡폭포는 조선 후기 남원지역에서 활동했던 국창 권삼득이 젊은 시절 소리 공부로 득음했던 곳입니다.

 권삼득 명창은 본래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 안동 권씨 가문에서 태어나셨는데, 판소리를 해서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파문되어 쫓겨납니다.

 쫓겨나기 직전 멍석말이를 당했는데 죽기 전에 소리 한 번만 하고 죽자고 청을 해서 부른 소리 때문에 살아났다는 일화는 소리꾼들에게 유명합니다.

   권삼득 명창은 콩 서 말만을 짊어지고 처가가 있는 남원 땅 구룡계곡으로 와서 한바탕 소리 공부를 마칠 때마다 한 알의 콩을 용소에 던졌다고 하네요.  콩이 다 떨어질 때까지 열정을 다 쏟아내어 득음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용소에 들꽃 한 송이를 던지면서 늘 맑고 깨끗하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송력동 액막이 돌담과 송림    

구룡계곡의 제1곡은 호경리 냇가 건너에 있는 송력동입니다.

 이 계곡엔 작은 소(昭)들이 많이 있는데 그래서일까요. 어떤 풍수가가 계곡의 음기(陰記)가 너무 강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했답니다.

 계곡의 아래쪽에 있는 마을로 음기가 넘쳐 흘러온다는 생각에 마을 사람들이 돌담을 쌓고 소나무 숲을 조성했다네요.  강한 음기를 막고자 쌓은 송력동 골짜기 돌담의 비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쌓아놓은 돌담도 신기했지만, 아직 이런 이야기와 돌담이 남아 있는 것이 더 신기했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제법 힘이 들고 고생스럽기도 하겠지만, 용의 기운을 받아 힘을 얻는다면 이 정도 힘쓰는 일은 감수할 만하지 않은가요?  

올여름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으로 아니면 극기 훈련이라 생각하고 가족과 함께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족 간의 정이 훨씬 더 돈독해질 것입니다.

지리산 둘레길 주천안내센터 063-625-8952

남원시청 063-620-6114

남원역 063-631-3229

남원여객(시내버스) 063-631-3116

남원시외버스터미널 1688-6021

남원고속버스터미널 063-625-5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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