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15명 작품 설치 한자리서 작품감상 기회제공 현대미술 심플함 설명없고 관객과 거리좁히기 흔적못찾아 '안녕, 선미' 소통 노력 대조

▲ 성매매집결지인 전주 선미촌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안녕, 선미' 프로젝트의 라운드테이블은 설명없이 심플한 현대미술을 강조한 전시회와 대조를 이룬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의외로 심플한 현대미술>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현대미술이 ‘편견이나 상식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의외로 심플하다’고 소개한다.

이 전시는 현재 활동 중인 미술가 15명의 작품들을 공간에 설치하였다.

매체의 구분 없이 다양한 작품들이 넓은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은 지역의 전시 문화를 생각할 때 도립미술관의 기획 전시는 종종 그 규모와 기획의 측면에서 지역의 미술인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는다.

지역의 관객들에게 전문 인력이 기획한 전시를 통한 수준 있는 문화예술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전북지역의 다른 전시공간들이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작품들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비교적 큰 규모의 설치 작품들도 보여준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전시는 지역 안팎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의 현대 미술 작품들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전시는 현대미술의 어떤 점이 왜 심플한 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현대미술에 대한 편견이 무엇이며 상식을 왜 내려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편견과 상식을 내려놓고 전시장에서 만난 현대미술의 심플함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

물론 지역의 관객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알려주기 위해 심플함을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시에서 관객과 미술 사이의 거리를 줄이려는 노력이나 편견과 상식을 내려놓을 수 있는 다른 기획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타인의 삶과 시대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예술은 언제나 묵직한 여운을 동반한다.

작품의 표면을 가볍게 스쳐지나갈 수 있겠지만 작품의 형식과 내용에는 예술과 세상을 보는 작가의 고민과 생각들이 얽혀 들어있다.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하는 쪽이나 그 결과를 감상하고 해석하는 쪽이나 현대미술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지난 28일 성매매집결지인 전주 서노송동 선미촌에서 ‘안녕,선미’ 프로젝트의 라운드테이블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참여 예술가들은 선미촌의 변화상을 관찰하고 이를 각자의 작업방식으로 풀어낸다.

라운드테이블에서 참가자들은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조심하며 예술가들이 발표한 키워드들을 이해하고 선미촌 지역과 그 지역의 사람들에 대한 예술가들과 그 시각을 교환했다.

성매매에 대한 용어의 문제부터 시작하여 젠더에 대한 이슈들과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한 의문과 고민들에 대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대부분 여성인권에 대한 전문가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함께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또 반론했다.

태도를 바꾸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분명히 그 경험들이 반영되고 있었다.

‘안녕, 선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어떠한 방향으로 갈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 프로젝트 안에는 예술가의 활동 뿐 아니라 문화재단과 지자체의 행정, 여성인권운동 등 복잡한 일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그 경험이 예술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그 작품이 지역의 장소와 이를 둘러싼 이슈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미술은 스스로의 범위와 영역을 확장시켜왔다.

덕분에 관객들은 다양하고 넓어진 예술의 영역 안에서 난해하고 상이한 미술의 언어들을 만난다.

따라서 예술관련 전문지식들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다양한 담론들이 전시를 보는 동안 요구되기도 한다.

미술평론가 할 포스터는 이 어려움 때문에 ‘미술의 규준에 관한 대화는 물론, 미술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조차 방해’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이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그 빛을 발한다.

전시장 안에서, 작품들 앞에서 고민하고 동시에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통한 이해와 감상의 과정을 통해서 미술과 가까워질 수 있다.

지역의 미술관도 ‘안녕, 선미’ 프로젝트처럼 함께 고민하는 기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대미술은 심플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 시은 채영 대표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