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언어의 온도'··· 칼의 양날과 같은 일상의 언어, 세상을 변하게하는 기대 담아

여름 온도가 예사롭지 않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올해 여름도 살인적인 기후다.

겨울은 또 어떤가. 겨울도 길고 추우면서 상대적으로 봄과 가을이 점점 사라지는 형국이다.

온도 이야기를 꺼내려다 서론이 길어졌다.

세상은 온도가 존재한다.

따뜻함과 더움, 차가움과 냉기 등 저마다 다르다.

적당한 온기는 서로를 껴안게 되고 더움은 부부도 멀리하게 만든다.

차가움은 서로를 비난하는 상징적 단어가 됐고, 냉기는 더 이상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처럼 한 단어에도 수많은 의미가 있듯이 말에도 온도가 있다.

작가 이기주는 ‘언어의 온도’를 통해 세상을 관찰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우연히 듣게 된 사람들의 말을 통해 온도를 체크한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려 있고,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는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은 위태로움을 보여주고 상대방을 꽁꽁 얼어붙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뱉는 단어는 몇 도가 될까. 굳이 온도계를 가져오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 마디로 소중한 사람이 떠났다면 온도계를 넘어선 엄청난 뜨거운 온도다.

내가 쓴 글로 인해 다른 사람이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이 역시 온도계가 잴 수 없는 차가운 영역으로 내려간 것이다.

저자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의미 있는 문장이 나오면 메모를 한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말과 글의 의미는 호기심을 자아낼 뿐 아니라 알면 알수록 깊은 매력에 빠지게 된다.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곱씹어 읽고 듣다 보면 각기 다른 서로의 온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라도 내뱉는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온도가 다르다.

작가 이기주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귀를 쫑긋 세운 채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꽤 의미 있는 문장이 귀로 스며들면 그것을 슬그머니 메모한다.

그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과 끄적거리는 문장에 절절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면 무심코 뱉은 말이나 글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행여 오늘은 얼마나 뜨거운 말을 했는지, 사람 마음에 상처를 준 얼음보다 차가운 단어를 내뱉지 않았는지, 일기를 쓰듯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다시 상기시킨다.

심지어 가족과의 대화까지도 되짚어보는 대상이 된다.

누구보다 가깝고 허물없는 가족인만큼 오히려 아무 생각없이 뜨겁고 차가운 말과 단어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책은 일종의 교양서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교양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생활에는 그리 쉽지는 않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신이 먼저 읽고 부인과 아이들에게도 권해보자. 회사 동료나 사회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

언어의 온도를 읽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을 살기 부드럽고 아름답게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게 한낱 허무맹랑한 기대감일 수 있지만 적어도 책을 읽어보면 허무맹랑한 생각만은 아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책이 주는 묘한 매력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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