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태 전기업은행부행장

이제는 중소기업이 육성되어야 할 이유가 설명할 필요가 없는 시기가 됐다.

대기업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는데 정작 중소기업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해야 하는 복합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도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말 그대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다.

어떤 기업이 중소기업인지는 그 나라의 산업 특성과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제조업은 일정기간 계속해서 일하는 상시근로자수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이 80억 원 이하인 경우, 광업, 건설업, 운송업은 상시근로자수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이 30억 원 이하인 경우, 도소매, 서비스업체은 세부업종에 따라 상시근로자수 기준은 300인 미만 50인까지, 매출액 기준은 300억 원 미만 50억 원까지로 중소기업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상시근로자수가 1000명 이상이거나 자산총액이 5000억 원 이상인 기업, 대기업집단이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있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정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제외된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경제의 실핏줄’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의 매출이 늘고 고용과 임금이 늘어나면 우리 경제도 활성화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체로 대기업보다 자본 장비가 부족하고 생산성과 임금수준이 낮은 데다 기업 간 경쟁도 심해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에 진출하려는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여러 규제 또한 중소기업육성책의 일환이다.

대기업과 불리한 경쟁에서 중소기업이 밀려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다.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연구 개발을 지원하거나 사업 영역을 특화시켜 고유한 장점을 살려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은 모두 28곳인데 이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기업의 수는 총 1128개다.

기업수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0.1%에 불과한데 종사자의 비중은 전체의 12%, 기업 매출액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매출액은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대기업 우선 성장 정책을 펼쳐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에는 국제교역이 확대되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제품단가가 높아지자 대기업이 중국, 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에 생산공장을 세워 싼값으로 상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었다.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면 근로자들은 임금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이는 다시 우리 경제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골고루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근로자의 대부분이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잘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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