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기금 이자율 하락 전북인재육성재단 114억원 보유 이자수익 3억뿐 혜택 부족 현실 전주시 60억원 장학금 5억 사용 김제시 295억원 이자 3억5천만원

최근 업자에게 장학금 기부를 강요한 혐의로 익산시장이 관심을 받았다.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을 냈지만, 각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장학금 제도가 다시 한 번 눈길을 받고 있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장학금 강요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장학금 모금이 기금조성액의 이자 수익 뿐 아니라 해당 지역 장학재단의 이사 등 십시일반 갹출하는 형식으로 모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에서 관과 연관된 사업을 하거나 특정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일수록 지자체의 장학금 기부요구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요구가 선의든 악의든 말이다.
/편집자주


지난해 충북 모 일간지에 다음의 기사가 떴다.

충북도내에서 건설업을 하는 업체들의 불만이 나온다는 내용이다.

불만의 원인은 기부를 가장한 일부 지자체의 압박 때문이다.

지자체가 건설수주를 한 건설업체에게 장학금 기부를 요구하고, 건설업체는 지자체의 ‘갑질’을 알면서도 응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건설과 관련된 각종 허가나 준공 검사 등이 지자체의 소관이라 장학금을 거부할 경우 결과는 뻔히 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장학금 기부 요구나 노골적으로 변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예전에 비해 아예 대놓고 요구하거나 금액을 정해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지자체는 읍면 사무소별로 경쟁을 유도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연유론 최근 급격하게 떨어진 금리현상이 꼽힌다.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 지자체의 기금 이자율 역시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 됐다.

이자수익이 줄어들게 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역시 줄어들게 된다.

장학금액을 줄이든 대상을 줄이든 양자택일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도내 각 지자체는 어떤 형태로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는지 들여다봤다.

우선 전북도가 운영하는 전북인재육성재단의 경우 21억원의 자산을 출범해 현재 114억을 기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은 3억원 가량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엔 부족한 게 현실이다.

별도의 전북도 출연금 18억,5000만원과 각 시군에서 올라오는 18억5,000만원 등 37억을 들여 해외연수장학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고등학생과 대학생, 장애인과 향토인재 등에도 별도의 장학금에 지급된다.

전주시의 경우 전주인재육성재단을 통해 자산 60억원을 운영중이다.

자산 60억원에 대한 이자수익금과 함께 재단 이사와 지인, 기업체의 자발적 모금을 통한 금액 4,000~5,0000만원, 전주시 출연금 7억 중 경상비와 적립금 1억원을 제외한 5억 정도가 장학금에 사용되고 있다.

김제시는 김제사랑장학재단을 10여년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기금조성액은 현재까지 295억원이고 이자수익은 3억5,000만원선이다.

여기에 시 금고 장학금이나 민간단체 기탁금, 장학재단으로 수혜받은 사람들의 환원 기탁금 등을 합하면 연 15억에서 16억원이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다.

장학금목적사업으로 시 출연금 5억3,000만원은 지평선학당을 운영해 김제지역 중학생부터 고등학생이 혜택을 받고 있다.

시보다 규모가 작은 군단위에서도 장학금 제도를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무주군의 경우 별도의 장학재단은 운영하지 않는다.

재단 운영에 따른 인건비 등 경상비를 별도로 지출하지 않고 대상에게 혜택을 더 크게 주자는 취지에서다.

기금 조성은 60억 가량이고 매년 적립을 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서 발생된 이자수익 등을 포함해 1억2,000만원선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기부금을 모집하고 싶어도 재단 자체가 독립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여의치는 않다.

문제는 각 지자체가 이렇게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해마다 하락하는 금리로 인한 수익 부족현상이다.

기금을 종자돈 삼아 금융권에서 얻어지는 이자로 장학금을 운영해야 하지만 현 상황으로선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난감한 현실에 처해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최근 5년간을 비교해보면 절반 이상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6월 3.25%였던 것이 매년 0.25% 가량 하락했다.

현재는 1.50% 수준을 유지하다 이마저도 더욱 떨어질 기세다.

5년 전에 비해 이자가 절반 이상 하락했으니 이자 수익 역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은 당연지사다.

각 지자체가 기부나 기탁 등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연히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커지게 된다.

소액 기부의 경우 자선사업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거액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천 단위 이상 거액을 장학금으로 내놓기 위해선 그에 앞선 강요나 이에 따른 혜택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요는 절대 없다’며 각 지자체 장학금 담당자들은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통한 기부 프로세서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제혜택 등 다양한 동기유발요소를 확립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부안군처럼 소액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구성한다면 기존의 의심 섞인 눈초리는 희석될 수 있다.

전국의 지자체의 장학금 정보를 한데 모아 운영하는 방안도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에 의하면 민간을 포함해 지자체 장학금을 운영하는 재단은 약 2,5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종자돈을 중심으로 이자수익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한국장학재단은 민간 재단을 포함해 이들을 하나로 묶는 협의회를 구성하고 필요한 제도개선과 관련법 개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장학재단의 자본금을 일정 부분 투자나 재테크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초저금리시대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여건이 모두 다르고 ‘팔이 안으로 굽는’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마저도 순탄치는 않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각종 지자체가 이자율 하락에 따라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장학재단의 방안도 고려는 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그렇다고 강제적 강요는 하지 않는다.

자발적 기탁을 통해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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