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본 피부의 촉각 경험이 인간 정신-행동에 미치는 영향 논해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경로로 의사소통을 한다.

가장 기본적인 언어를 비롯해 눈짓이나 손짓을 통한 비신체적 언어 그리고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신체적 언어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직설적이며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게 바로 신체적 언어다.

신체적 언어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통한 의사소통이다.

말 못하는 아이와 어머니의 의사소통이 대표적 예다.

사람은 어머니의 몸을 비비고 냄새를 맡으며 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역시 피부를 접촉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한다.

이렇게 중요한 의사소통이건만 지금까지 이것에 대한 진정한 연구서가 나오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이번에 발간된 애슐리 몬터규의 ‘터칭’은 인류학자 눈으로 본 ‘접촉’에 관한 분석이다.

충분히 탐구되지 않았고, 어쩌면 제대로 인식조차 되지 않았던 이 분야에 저자는 피부에서 일어나는 온갖 촉각 경험이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피부와 접촉에 관한 이 책의 관심사는 피부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책에 인용된 수많은 연구 결과가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피부’는 그 자체로 이 모두를 논하기에 충분한 대상이다.

이 책은 피부에 대한 우리의 이런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피부의 기능과 의미에서부터 피부가 상징해온 인간의 자아와 경계-소통의 문제를 전 생애/전 문화에 걸쳐 훑어나가며 저자는 “피부의 색, 결, 습도, 건조도를 비롯한 모든 측면은 우리의 존재 상태를 반영한다.

생리적 상태는 물론 정신적 상태까지도. 피부는 정념과 감정의 거울인 셈”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훌륭하게 논증해낸다.

애슐리 몬터규가 말하는 ‘피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피부이면서 그 이상의 것이다.

일상용어로서 ‘피부’의 외연은 매우 협소하다.

‘피부가 좋다’고 할 때는 보통 얼굴 부분의 피부만이, ‘피부를 관리한다’고 할 때는 피부의 미적 측면만이 주목받는다.

또한 피부에 그 자체의 기능과 의미가 있음은 자주, 또 쉽게 간과된다.

피부는 그저 장기를 감싸고 있는 단순한 주머니, 장기가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방패로서만 인식된다.

그런 면에서 『터칭』은 ‘피부를 발견’한 책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피부가 그저 장기를 감싸는 아름다운 거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기관임을 역설한다.

얼굴뿐 아니라 입술, 손끝, 생식기 등에서 제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해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는, 몸을 둘러싼 모든 것을 전방위적으로 감지하는 이 피부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크고 넓은 기관계다.

이 거대한 기관계는 더위, 추위, 감촉, 압력, 고통 따위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총 64만 개에 달하는 감각수용기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해 제2의 뇌로서 이 책이 내내 증명하고자 하는 ‘촉각 경험의 위대함’을 떠받치고 있다.

피부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며, 그 감각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오하다.

피부는 감각수용기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정보의 원천이자 처리 기관이면서 또한 조직 기관이고, 일부 호르몬의 면역학적 원천이며, 혈압 및 혈류 조절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고, 케라틴을 생성하고, 체온을 조절하고, 대사와 지방 저장에 관여하며, 땀을 내 수분과 염분 대사에 관여하고, 수분을 비롯해 음식을 저장하며, 호흡을 돕고, 비타민 D를 합성한다.

이는 단지 물리적 차원에서의 기능만을 나열한 것이며 정신 차원까지 포함한다면 그 역할은 더욱 심오하고 복잡해진다.

이 책은 촉각에 대한 탐구임과 동시에 이 심오하고 복잡한 기관을 탐구하는 여정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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