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A. 패리스 '비하인드 도어'···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는 한 여성의 힘겨운 싸움 심리스릴러

완벽하게 보이는 결혼이 완벽한 거짓말이라면 어떤 심정이 들까.

영미를 강타한 화제의 심리스릴러 ‘비하인드 도어’가 출간됐다.

이 책은 B. A. 패리스의 데뷔작으로, 아마존 킨들 독립출판 후 3일 만에 10만 부가 판매됐다.

곧바로 종이책으로도 출간돼 영국과 미국에서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고, 100만 달러에 영화 판권도 계약됐다.

이후 굿리즈 최고의 데뷔 소설상과 최고의 스릴러 소설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인정받기도 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화려한 부부 잭과 그레이스.남편 잭은 승률 100%를 자랑하는 유명 가정 폭력 전문 변호사로, 영화배우와 같은 외모까지 갖춘 근사한 남자다.

그레이스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여동생까지 사랑해주는 잭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꿈꾼다.

그러나 완벽한 저녁 식사 파티가 끝나고 현관문이 닫히면, 저택은 누구도 탈출할 수 없을 단단한 금속 셔터로 차단된다.

공포와 비명소리에 희열을 느끼는 그의 목표는 그레이스의 동생 밀리. 그녀는 괴물 같은 그의 손길이 사랑하는 동생 밀리에게 닿기 전에 이 악몽을 끝내려 한다.

닫힌 문 뒤에서,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처절한 심리 싸움이 시작된다.

끔찍한 폭력의 피해자 그레이스에게는 눈에 띄는 신체적 상처가 없다.

그래서 누구도 이들의 행복을 의심하지 않는다.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는 힘없는 여자들을 변호하는 명망 있는 변호사라는 잭의 사회적 지위는 사람들에게 더욱 견고한 믿음을 선사한다.

완벽함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그레이스에게 또다른 폭력이 된다.

신체적 폭력만이 폭력은 아니다.

오히려 잭은 그 점을 이용한다.

잭은 그레이스를 학대하면서 공포의 눈빛, 공포의 냄새에 희열을 느낀다.

그가 가장 즐기는 것은 희망을 준 다음 그 희망을 잔인하게 짓밟고 지켜보는 것. 잭이 그레이스에게 준 심리적 폭력은 물리적, 신체적 폭력보다 교묘하고 기이한 형태로 그레이스를 파고든다.

악몽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잭이 계획해둔 함정 안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잭이 쳐둔 완벽한 울타리 안에서 그레이스는 그의 치밀함을 뛰어넘는 섬세한 치밀함으로 그에게 맞선다.

그가 그녀를 교묘하게 학대한 방식으로, 그녀도 교묘한 복수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 복수의 중심엔 잭에게는 없던, 정서적 연대가 있었다.

그레이스는 처음부터 강하고 주체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잭이라는 악을 만나며,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점차 강한 존재가 되어 간다.

‘비하인드 도어’는 희생자가 되거나 수동적인 여성이 아닌 주체가 되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 치밀해진 한 여성의 힘겨운 싸움의 기록이기도 하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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