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21만명 자율 추진 내년도 전환자 안정성 우려 현재 근무자는 혜택 못누려 도내 A기관 재정마련 난항 계약만료 앞둔 근로자 걱정 연구인력등 예외대상 존재 정부 명확한 해결책 내놔야

▲ 일자리정책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가장 먼저 챙긴 것은 ‘일자리 정책’이다.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 방문하면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려 고용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기업 간담회에 오뚜기를 참석시켜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알리는 등 일자리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정규화로 인해 필요한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데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사각지대로 인해 일선 기관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은 높아진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사각지대를 살펴보고 보완책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사각지대 존재하는 ‘정규직화’

지난달 20일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상시·지속 업무를 다루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경우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을 막론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기관의 노사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상시·지속 업무 판단기준이 기존에는 ‘과거2년 이어져 왔고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업무’였으나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과거 2년이 빠졌다.

또 해당 업무가 연중 10~11개월 지속될 경우였으나 ‘연중 9개월 이상’으로 기준이 완화됐다.

또 청소·경비 업무에 종사하는 파견·용역 노동자도 대상에 포함되는 등 공공부문에서 최대 21만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내년도까지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들의 ‘고용안정’ 문제다.

정부는 1단계로 전국 공공기관 852개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2단계로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3단계로 일부 민간위탁기관 등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한다.

전북도 등 지자체의 공공기관들은 2단계로 내년 말까지 정규직 전환을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이들 공공기관에서 1년 또는 2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근무하는 계약직들의 계약만료 시점이다.

정규직전환 시점 이전에 대부분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현재 근무자들은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전북도가 출연한 A기관에만 5명이 올해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고 B기관에서도 내년까지 9명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해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부분 ‘계약종료’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의 취지를 살려 이들의 계약을 연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정규직화를 추진할 수 있지만 문제는 재정마련이다.

국가나 지자체 예산을 받거나 자체 사업으로 재정을 마련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에게 늘어난 인건비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당장 공공기관들은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정부는 재원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예산이 필요한 임금인상이나 복지 보장 등 처우 개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으로 각종 복지혜택과 상여금, 수당 등에 따라 인건비 상승을 피할 수 없지만 이에 대한 방안이 빠져 있었다.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은 총액인건비 등이 늘어날수록 평가에서 낮음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규직전환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정규직전환의 예외 대상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일정기간 프로젝트형 연구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인력(반복적인 프로젝트형 연구수행은 제외)이나 존속 기간이 명확한 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의 경우 정규직전환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도내의 C공공기관의 경우 프로젝트형 연구사업을 통해 상당량의 재원을 자체 조달하고 있지만 연구인력은 대부분 계약직이다.

프로젝트 연구사업 기간과 동일하거나 1년 단위 계약을 하고 있는 연구인력은 무려 41명에 달한다.

이들은 이번 정규직전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다른 도내 연구 공공기관의 경우 계약직이지만 연구인력을 직군 단위로 채용하고 있어 이번 정규직전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다른 문제는 이번 정규직전환이 사실상 무기계약직이라는 것이다.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지위나 급여, 복지체계가 다름에도 정부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보고 있다.

이런 모순점을 인식한 듯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노동계에서는 ‘무기계약직을 대폭 확대해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 무기계약직을 공무직·상담직 등 직군별로 명칭을 따로 부여하고 관련 인사제도 마련 등 처우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고착화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도내 공공기관의 노동조합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에 앞서 계약이 만료되는 계약직에 대해 계약 연장 또는 무기계약직 우선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경영진 측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계약직 직원도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 모두 무기계약직이 아닌 ‘진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규직전환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평가 하락 우려와 재정부담 등에 대한 해결책을 정부가 제시하지 않고 있어 경영진과 노조 모두 애매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최홍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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