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고향인 완주로 귀농 귀농자금 없어 생계문제 시급 생육주기 빠른 엽채류 선택 로컬푸드 취지 다품종 소량생산 완주농기센터 농업인대학 입학 토마토 주력상품 키우는 계기 농산물 판매 한계 즙-차 개발

최근 번잡한 도심을 떠나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귀촌을 고민하거나 은퇴 이후 삶을 위해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라북도도 지난 2012년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귀농귀촌지원센터’를 열고 귀농․귀촌인 유치에 적극 나섰다.

특히 전북혁신도시에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수산대학 등이 이전하면서 전라북도가 귀농 1번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을 안고 귀농한 이들이 정착한 농촌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다시 도심으로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농도 전라북도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이미 정착한 귀농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봤다.
/편집자주


△생계를 책임져 준 ‘로컬푸드’

지난 2013년 이종천(55), 강경화(여·51) 부부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고향인 완주로 귀농했다.

강씨의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개인 사업을 하던 이씨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결심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말 그대로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현재 귀농한 완주군 고산면에서 중학생 때까지 있었지만 부모님들의 농사일에는 큰 관심이 없는데다 이후에는 모두 도시생활을 한 탓에 농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상태였다.

귀농하기 전 했던 사업으로 큰돈을 마련하지 못해 귀농자금이 없는데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씨의 아버지가 농사를 짓던 땅을 임시로 받았지만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당시만 해도 귀농에 대한 지원정책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모는 것을 이씨와 강씨,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비닐하우스를 짓기 시작했지만 이씨의 꼼꼼한 성격과 주변의 도움으로 제법 모양새를 갖춘 100평과 150평짜리 하우스를 지을 수 있었다.

물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씨와 강씨가 직접 시공에 나서 강도 높은 육체적인 노동에 시달렸다.

더구나 일머리를 몰라 무대포로 진행하다보니 몇 배로 힘이 들어 매일 근육통에 시달렸다.

더구나 이른 새벽에 일어나 고등학생인 아이들의 학교 준비를 하고 다시 농사 준비에 나서는 것은 이들 초보 농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생계였다.

농사를 시작하더라도 빨라야 6개월 뒤에 수확이 가능했고 이마저도 팔려야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수중에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었지만 이들 부부는 여유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연히 주변사람들에게 ‘로컬푸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농산물을 납품하면 일주일을 주기로 정산이 가능하다는 것. 이씨와 강씨 부부는 ‘로컬푸드’의 정산주기를 활용하면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다.

생육주기가 빠른 엽채류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작물은 5~6개월인 반면 엽채류는 보통 45일 정도면 수확이 가능했다.

또 로컬푸드 취지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들 부부가 ‘로컬푸드’를 알게 되면서 바뀐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농산물 납품과 교육과정에서 알게 된 농가들이 소개한 완주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진정한 ‘농사꾼’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다.

2014년 기술센터의 농업인 대학 시설학과에 입학해 교육을 받으면서 농사를 짓는 노하우를 보다 빨리 배웠고 전략 수립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주기가 빠른 엽채류를 다품종으로 재배하다보니 보통 일손이 드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 작았던 농작지가 600여평을 넘어 1천600여평까지 넓어지면서 두 사람의 일손으로는 감당이 안됐다.

사람을 쓰며 3천여평까지 늘렸지만 인건비에 치여 어정쩡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작물 전환을 고민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들 부부는 농업인 대학의 과목을 시설학과에서 토마토학과로 바꿨다.

이렇게 시작한 토마토는 ‘금원농장’의 주력 상품이 됐다.

아직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큰 전략을 수정한 것은 아니지만 단기 작물인 엽채류에서 중장기 작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햇살가득 ‘금원농장’ 강경화 대표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남편의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져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농사를 지으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부분 사라져 건강이 많이 좋아진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처럼 귀농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생계형 귀농’으로 출발하면서 고생도 많았다”며 “완주군의 로컬푸드와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이 없었다면 초기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체험형 농장으로 거듭나길

이종천, 강경화가 운영하고 있는 금원농장은 블루베리와 토마토, 무화과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 겨울철을 나기 위해 상대적으로 추위에 강한 엽채류인 양배추와 시금치를 재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로컬푸드와 지인에게 팔고 있지만 그 한계가 뚜렷하다.

로컬푸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보니 농가끼리 경쟁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특히 인근 도시인 전주의 시장규모가 크지 않아 로컬푸드 판매량이 늘어나길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 부부도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농산물 판매와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주력 상품 가운데 하나인 토마토를 즙으로 만들었고 양배추도 같은 방식으로 내놓았다.

또 뽕나무 잎과 가지를 활용한 차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도이지만 아직 시장반응은 시원치 않다.

최근에는 장기 프로젝트인 ‘체험형 농장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수확위주의 체험형 농가가 많아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 부부는 수확한 작물의 가공하는 체험을 시도하고 있다.

가족단위 체험객들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고 일주일 전 농장까지 상수도를 설치했다.

아직 계획단계이지만 조만간 토마토 주스나 즙을 직접 만드는 체험 농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금원농원 이종천씨는 “농산물 생산량을 늘려도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며 “체험형 농장에 도전하는 농가도 많기 때문에 독자적인 아이템이 필요해 농산물 가공체험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씨는 “귀농 교육과 선진 농가 견학 등을 통해 사전에 농가에 대한 간접체험을 하면서 자신의 형편에 맞는 작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본이 충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만 보고 1년 또는 수년이 걸리는 작물을 선택하면 버티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귀농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천씨는 “귀농은 텃밭 가꾸기가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대한 고민 등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며 “친환경 인증은 물론 교육을 통해 ‘좋은 먹거리를 주고 나도 살아남자’는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홍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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