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제목 '아시아현대미술전' 열려 도록 곳곳 여류화가로 소개 자료-역사 찾기 힘들고 개별 목소리 공허하게 울려 '여성' 주제 전시는 의미 커

▲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아시아현대미술전'이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누가 아시아 여성 미술가를 부르는가.  

1980년대부터 미술계 성 불평등 문제를 비판한 ‘게릴라 걸스’의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만 하는가”라는 포스터는 여전히 유효할까.

동시대 여성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보인다.

그것은 너무나도 무감각하게 미술관 안에서 쓰이는 남성중심의 언어들과 동시에 예술분야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전시 주제의 중심에 놓고도 전시장 곳곳에서 섬세하고 세밀하게 접근하지 않은 기획의 흔적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1일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아시아현대미술전>이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이라는 제목으로 개막했다.

전시 인사말에 등장하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것을 넘어서”는 여성 작가들의 조형세계를 여성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관객에게 제시하고자 했던 전시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전시는 오히려 시간을 여성주의 운동 직전으로 돌려버린 듯하다.

전시 도록 곳곳에서 작가를 ‘여류화가’로 소개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 전시가 여성작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된다.

남류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류는 전문 영역 내의 여성을 구분하고 지칭하는 남성 중심의 단어로 지적 받아왔다.

언어에 대한 문제의식을 민감하게 다루어야 할 이번 전시에서 도록 전체에 퍼져있는 이 무감각한 실수를 기획 과정에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이 전시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세심한 언어와 연구를 동반하지 않음으로써 ‘아시아’도 ‘여성’도 다루지 않는 듯 보인다.

물론 작품의 심미적 정체성에서 ‘아시아’와 같은 지역이나 ‘여성’과 같은 성별과의 관계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전시를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로 기획했으니 아시아 여성 미술의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시아 내의 여성 미술가 관련 사건들에 대한 연표나 여성 작가들의 활동에 대한 아카이빙을 주제로 하는 예술 작품들과 그 관련 자료들이 전시장에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물론 여성이기에 받는 차별과 억압들은 지역별로, 개인별로 그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아시아의 여성 작가이기에 공유되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을 전시를 통해서 드러내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여성 작가들이 개별적인 목소리만 있는 현장이 아쉬웠다.

또한 윤석남 작가 등을 포함한 여성주의 미술의 현장에 있는 작가들의 역사도 전시에서는 고려하지 않은 듯 보였다.

『여성주의 미학과 예술작품의 존재론』(아트북스, 2008년)에서 김주현 교수는 여성주의 미학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명하며 ‘전통미학이 주장하는 심미적 경험의 보편성과 여자들의 심미적 경험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관적인 모순’을 지적한다.

오늘날 여성주의 미술은 이 모순들에 균열을 내며 이 자리까지 왔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에는 여성주의가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이와 무관한 작업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균열들을 비집고 뚫고 나온 여성작가들로 구성된 이 전시가 넘어서고자 했던 ‘여성’이 무엇인지를 다룸에 있어 여성주의 미술의 역사가 빠져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나는 <아시아현대미술전>의 주제를 ‘여성’에 맞췄다는 점은 박수와 격려를 받을 일이다.

서울과 달리 그동안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적은 지방에서 도립미술관이 한 해의 가장 큰 전시의 주제로 ‘여성’을 다룬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다만 다소 어렵더라도 전시가 아시아 여성 작가를 분류하기보다는 첨예한 논쟁과 불편하지만 필요한 논의들이 생산될 수 있는 기획을 덮어서는 안 된다.

전시는 작품과 관객의 심미적 경험의 장소를 제공해야지 키워드를 통해 검색 가능한 작가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한다.

여성주의를 뛰어넘어 여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기획 의도가 비판 받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채영 공간시은 전시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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