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북한의 김정은이 연달아 핵폭탄을 쏴대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새 북한 핵 문제는 엄중한 우리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1994년 남측 송영대 대표에게 북측단장 박영수가 쏘아붙인 말이 새롭다.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다.

송선생 당신도 살아남지 못해.” 당시 우리는 ‘가소로운 일’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까지도 경악하게 하고 말았다.

어찌 보면 주변국들이 당황하고 있는 모습을 즐기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이제 한반도의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의 최빈국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가공할 수소폭탄까지 쏘아대고 있으니 그저 놀랄 뿐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한반도의 상황보다 더 답답한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권이다.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넘긴 지가 엊그제인데 서로 네 탓이라고 원색적인 비난만 늘어놓고 있다.

그 어느 쪽에도 뚜렷한 대안이 없다.

정권을 빼앗긴 한 쪽에서는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비난 일색이고, 다른 한 쪽은 이것저것 모두 두들겨 맞으니 정신이 없을 만도 하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얼핏 들으면 당장 트럼프가 한 방 훅 날려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트럼프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한 게임에 말려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화를 강조하는 정권을 겁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무엇이 정답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함께 각을 세우고 요란법석을 떨면 결국에는 출혈이 심한 무기경쟁에 빠질 것이고, 가만히 있자니 어디까지 끌려가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야당에서는 ‘코리아 패싱’이라며 한국의 위상이 말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말은 많아도 그 어느 쪽도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더 이상한 것은 정치권의 행보다.

어느 정당보다도 안보를 강조하던 야당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정기국회 개원과 함께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MBC 김장겸 사장의 파수꾼이 돼 대오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을 아연케 하였다.

참으로 놀랄 일이다.

야당이 김장겸 사장 파수꾼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지난 날 그들 스스로 ‘언론통제’의 한통속이라고 고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김장겸의 언론통제는 결코 안보와 연계할 수 없는 별도의 사인이다.

김장겸을 조사하는 것이 자유한국당을 죽이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오늘의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정치가들의 머릿속에는 당리당략의 얄팍한 술수만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필 이 대목에서 1590년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황윤길과 김성일이 떠오를까. 정사 황윤길은 일본의 침략 야욕을 간파하고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부사 김성일은 두려울 것이 못된다고 우기면서 오히려 황윤길을 민심을 동요시키고 사리에 어긋난다고 몰아붙였다.

그 이면에는 서인과 동인으로 갈릴 정파의 전략이 담겨 있었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어쩔 줄 몰랐던 중학생 시절이 스쳐 지나간다.

국가적으로 위중한 상황인데,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진 김장겸 지키기에 나선 그 속내가 자못 궁금할 뿐이다.

안보라인을 풀가동해서 중지를 모아야 하고 국정운영 경험이 있는 야당 또한 지혜를 모으는데 앞장서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지금 누구 탓이라고 서로 비난할 시간이 있는지 묻고 싶다.

야당은 진보정권의 퍼주기가 오늘 이 상황을 가져왔다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9년 전의 일이다.

지난 9년 동안의 강경 일변도의 정책은 북의 핵개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지난 세월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열을 올리는 것은 하수들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의 위기 국면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하여 당파를 초월하여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자신들만이 점유해야 할 문제라고 고집부릴 일이 아니다.

야당 또한 비판만 하고 트집 잡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안보만큼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지난날의 황윤길과 김성일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고민하고 대의를 위해 지혜를 모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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