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기분좋게 한다.

좋은 날씨로 인해 주말이면 관광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늘어난 인파만큼 도로에는 차량도 많고 꽉 막힌 도로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긴급출동을 하는 소방관으로서는 꽉 막힌 구간에서 긴급차량이 정체차량에 막혀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사고 현장까지 5분안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고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도 훨씬 줄일 수 있겠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서 지면 모든 것이 허망하게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방서에서는 길터주기 관련 캠페인과 교육을 매월 실시하고 있고 각종 특수시책으로 홍보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도로에서는 긴급 사이렌 소리에도 길을 막고 있는 차량들로 가득하다.

한참 인터넷과 뉴스기사에 회자되었던 '부산 모세의 기적', '포항 모세의 기적'. 우리는 성숙한 시민들의 모습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길, 소방차 길터주기를 언제까지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까? 소방차 길터주기는 기적이 아닌 평상시 마땅히 해야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날이 와야한다.

국민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9구급차 이송환자 167만8382명 중 32.5%(54만5,060명)가 응급환자에 해당하지만 긴급차량 진로양보는 잘 지켜지지 않아 출동 시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보통 구급차가 전조등과 사이렌을 켜고 피양 방송까지 하는 경우에는 생명이 위급한 심폐소생술 환자 또는 임산부, 과다출혈 등 중상자에게 출동하거나 병원으로 이송 중인 경우이다.

하지만 이럴 때 정체된 구간을 빨리 빠져나가 못할 때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시민들이 긴급차량 진로양보에 인색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긴급차를 갑자기 만날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사이렌과 전조등을 켜면 나름대로 양보해 주기 위해 자기 차선에서 속도를 줄이거나 정차한 후 그대로 있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양보운전을 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교차로에서 긴급자동차를 마주치게 되면 교차로를 피해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

만약 긴급차량의 통행에 지장이 우려된다면 좌측 가장자리로 일시 정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반도로 및 편도 1차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하거나 최대한 진로를 양보해야 하며, 편도 2차로에서는 긴급차량이 1차로로 진행할 수 있도록 2차로로 이동해야 하고, 편도 3차로 이상 도로에서는 긴급차량이 2차로로 주행 할 수 있도록 1차로 또는 3차로로 이동해 2차로를 비워주면 된다.

또한 소화전 등 소방용수시설 근처에는 주·정차를 하지 말고 도로가 협소한 구역에는 일면 주·정차를 생활화 하며 아파트 단지에서는 소방차 전용공간(황색선)을 확보해 긴급 출동 시 소방차가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 내 조경시설 설치 시에도 소방차량 진입전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고 기존에 설치된 시설도 개선해 나가야 하겠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소방관과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누군가에겐 5분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다.

심정지 환자 소생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골든타임이고, 화재 발생 시 대형화재로 번지지 않게 진압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119에 신고를 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대부분이 생명과 재산을 지켜 달라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기다리는 신고자가 운전자의 가족일 수도 있고, 자신이 119에 신고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긴급차량 양보요령을 잘 습득해 긴급차량이 주행할 때는 내가 먼저 양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모세의 기적’이 당연시 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이호석 고창소방서 방호구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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