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날 가능성 없는 환자 장기기증 동의해야 뇌사판정 가능, 병원측 기증-추가기증 권유 '어쩔수없는선택' 내몰려

전북대학교병원은 지난 6월 중순 뇌사자들의 장기기증이 잇따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병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A(5)양이 간과 신장 2개를 기증했고 6월 6일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B(73)씨가 간과 신장 2개를, 며칠 뒤인 11일에는 C(50)씨도 교통사고 뒤 신장 2개를 기증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들이 기증한 장기는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이식됐고 그들은 새 생명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중 한 유족이 “당시 장기기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토로해 논란이다.

이런 주장을 한 유족에 따르면 당시 병원 측으로부터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기기증을 권유 받았다.

병원 측은 장기기증을 권유하며, 유족들에게 “장기기증 동의를 해야만 뇌사판정이 가능해지고 환자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것. 이런 말을 듣고 유족은 깨어날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보내주기 위해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취재결과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이 법과 제도를 어긴 것은 전혀 없다.

병원에 따르면 오히려 병원은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동의과정에서 유족들의 마음에 상처가 났고 서운한 감정이 남았다.

더구나 동의과정에서 유족은 신장기증만 동의하려는데, 병원 측에서는 추가 기증을 권유해 약간의 실랑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유족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은 간호사는 “그때 그분들이 동의를 하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동의를)하는 것’이라고 여러번 말했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뇌사는 뇌간을 포함한 뇌 전체가 손상돼 심장박동을 제외한 모든 기능이 정지된 상태로 자발적 호흡도 불가능하다.

결국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심장은 뛰지만 평균 2주안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식물인간과 다르게 장기기증의 대상이 된다.

관련 법률에 따라 뇌사장기기증은 뇌사상태 환자에 대해 유족들이 장기기증 동의후 뇌사판정을 받고 진행된다.

즉 장기기증 동의가 있어야만 뇌사판정이 가능해진다.

만약 뇌사상태 환자에 대한 장기기증 동의가 없으면 자연사할 때까지 병원 측은 사망선고를 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환자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권유받고 이를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게다가 장기기증을 동의하면 진료비, 장례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기기증 장려를 위한 조례를 통해 별도의 지원까지 하고 있다.

결국 환자 가족들은 ‘숭고한 선택’ 대신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런 지원대책들이 오히려 순수한 기증 행위를 방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이런 제도와 지원대책들이 기증자들을 오해받게 만드는 등 순수성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며, “장기기증 권유는 매우 섬세한 감정 작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전북대병원은 지난 1998년부터 지금까지 뇌사자로부터 신장 347개, 간 157개, 심장 47개 등 총 723개의 장기를 기증받아 성공적으로 이식에 성공했다.

/유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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