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4대 연방총리, 자기비판적 투쟁적 정치 인생 담아 지도자의 역할 주목

독일의 제14대 연방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입지전적 삶을 산 정치인이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야간 학교를 다니며 공부한 소년이 독일 연방정부의 최고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정치 인생은 끊임없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이 책은 슈뢰더가 수많은 위기와 역경의 갈림길에서 고뇌한 격정의 순간들을 담은 첫 회고록으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며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수많은 독일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독일의 최고 수장으로서 국가 위기 때마다 그가 발휘한 놀라운 기지와 결단은 정치 리더로서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90여 장에 이르는 도판 자료는 슈뢰더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독일이 전범국가의 이미지를 벗고 어떻게 문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는지의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 인간의 치적을 요란하게 내세우기보다 자기비판이 담긴 투쟁적 정치 인생의 일기장에 더 가깝다.

사실 슈뢰더가 ‘미디어 총리’라 불릴 만큼 자기 연출에 강한 정치인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고려한다면, 이 책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삶에 대해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센세이션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특히 그가 이 책에서 우려한 많은 일들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그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미래를 구상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 정치 지도자가 내린 결단의 순간들, 그 과정의 고뇌와 예측 불허의 결과가 담긴 이 특별한 울림과 메시지가 의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각 영역에서 리더를 꿈꾸는 정치인을 비롯해 경제인, 학자, 학생 누구에게나 유용하게 읽힐 뿐만 아니라 작금의 외교와 안보, 북핵, 원전 문제 등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난제를 풀어갈 영감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이 걸어온 길을 잘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걸어갈 길이 보인다.

‘국가 대개혁’이라는 과제에서 우리와 궤적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의 탄식 속에 출범한 까닭에 국가 대개혁에 앞장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 정부의 주요 현안인 3대 과제만 봐도 대대적인 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개혁 조치는 정치적 자살’이라는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취한 슈뢰더 총리의 리더십에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의 해제를 쓴 김택환은 30년 넘게 독일 연구에 척찬해온 독일 전문 저술가로, 슈뢰더 총리의 리더십에 관해 해부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슈뢰더는 오늘날 대한민국 상황에서 가장 큰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영리한 개혁의 리더십’을 발휘한 정치 지도자로서 정파·정당을 넘어 국가·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행한 리더였다.

모두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로 실행으로 옮기는 지도자를 보기 힘든 게 현실인데, 그는 지지층을 거스르는 사회복지 및 경제 개혁을 불굴의 의지로 실행해갔다”고 슈뢰더를 ‘통 큰 정치인’의 표상으로 꼽았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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