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여중생 학폭피해 투신자살 위클래스 상담 30차례 받았지만 학교측 교내 학폭신고 묵인해 청소년 범죄 검거율 올해 965명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충격' 갈수록 수법 잔인-혹독해져 금품갈취-감금 폭행 등 심각

청소년들의 폭행사건이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이후 강릉에서도 여고생 폭행사건이 있었다.

급기야 전주에서는 지난달 한 여중생이 투신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한 여중생은 15층 아파트에서 꽃다운 생명을 스스로 던져버렸다.

학교폭력이 가져온 비극의 현주소다.

청소년 범죄는 학폭(학교폭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 절도 등 유형도 다양하다.

수위는 갈수록 잔혹하며 흉폭해지고 있다.

‘위험수위’를 넘어 ‘자행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사정은 전북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중생 폭행사건은 또다시 소년법 폐지 논란을 불러오는 촉매제가 됐다.

지난 3월 인천에서 8세 여자 초등학생의 살인 사건, 지난 2015년 용인 캣맘 사망사건 때도 소년법 폐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전북의 청소년 범죄 실태와 대책에 이어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 논란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위험수위’ 넘은 청소년 범죄의 실태  

부산 여중생 폭행, 강릉 여고생 폭행에 이어 최근 전주에서는 여중생 A양이 학교 폭력피해를 견디다 못해 15층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투신자살한 여학생 부모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아이가 많이 괴로워했다”며 지난 3월 학교 측에 폭력피해 사실을 밝히고 심한 우울증세로 병원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30일에는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A양이 동급생들에게 폭행당해 결국 자살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가해자들은 밤늦게 A양을 불러내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강제로 술을 먹이는 등 A양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며, “A양은 당시 ‘위클래스’(친한친구교실)에서 30여 차례의 상담을 받는 등 학교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으나 학교가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 측에서 교내폭력 신고에 대응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했다면 비극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해자들과 학교 측이 올바른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청소년 범죄 검거 인원는 총 7923명이다.

이중 살인 5명, 강도 95명, 성폭력 320명, 방화 13명, 절도 4080명, 폭력 3410명이다.

아울러 연도별로는 2013년 1890명, 2014년 1858명, 2015년 1709명, 2016년 1501명, 올해는 8월까지 965명이다.

이처럼 청소년 범죄가 끊이지 않고 갈수록 난폭해지면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투신자살한 A양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는 피투성이로 무릎 꿇은 여중생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면서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은 중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그 수법이 너무나 잔인하고 혹독해 전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강릉과 아산에서 일어난 유사사건도 뒤늦게 수면위로 떠올랐다.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피해 여중생은 강릉 경포 해변과 가해 여고생 중 한명의 자취방을 옮겨 다니며 얻어맞았다.

가해 여고생들은 폭행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에는 피해 여중생을 구타하면서 금품을 빼앗거나 머리나 몸에 침을 뱉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아산서 일어난 집단 폭행 사건은 피해 학생 가족에 의해 드러났다.

지난 5월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2명이 피해 여중생을 모텔에 감금하고 1시간 넘게 폭행했다.

가해 여학생들을 발길질뿐만 아니라 쇠파이프로도 피해 학생을 마구 때렸다.

게다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게 하거나 담뱃불로 허벅지를 지지기도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최근 5년간 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청소년은 1만5천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범죄 대응과 예방 병행해야  

경찰은 청소년 범죄 대응과 예방을 위해 크게 두가지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먼저 선도프로그램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대상으로 보호자와 본인 동의하에 재범방지와 정서함양을 위한 프로그램들로 이뤄져 있다.

그중 ‘사랑의 교실’은 소년범 특성을 고려한 경찰단계 맞춤형 선도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소년범 조기 선도를 통한 재범방지 및 청소년 건전육성에 교육효과를 높이는데 그 취지를 둔다.

프로그램 구성은 학교전담경찰관의 범죄예방 교육과 전문상담사의 진행으로 자아탐색과 역할극 위주로 진행돼 청소년들에게 과거 잘못에 대해 성찰하고 분노조절과 타인배려, 공감능력 향상의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청소년 선도프로그램은 재범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선도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재범률이 약 50%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북경찰청은 지난 2012년 2월 전국 최초로 학교전담경찰관을 발대해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예방과 선도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경찰서별로 학교 맞춤형 자체 선도프로그램 25개를 운영해 오면서 가해학생에 대한 재범방지 등 사후관리에 힘써오고 있다.

교육 등 예방프로그램도 있는데 그 중 청소년경찰학교가 돋보인다.

도내에는 현재 전주완산경찰서와 익산경찰서 두 곳에서 청소년경찰학교를 개소해 운영중이다.

전주완산경찰서는 지난 2014년, 익산경찰서는 지난 2015년에 개소했으며, 올 하반기 군산경찰서에서도 청소년경찰학교를 개소할 예정이다.

청소년경찰학교 운영프로그램은 경찰직업체험,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경찰직업체험은 경찰장비 및 모의사격체험, 과학수사, 진술녹화체험, 도보순찰, 무전기 체험 등 경찰 업무를 체험하는 일종의 진로교육이다.

완산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이 체험을 통해 경찰업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간접적 범죄 예방 효과도 있다.

경찰 업무를 체험하며 어떤 것들이 범죄인지 알게 된다는 것.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은 놀이를 통해 친구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거나, 학교폭력 역할극을 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상황을 경험해본다.

또 내 마음을 알리고 친구마음을 알아보는 체험교육도 있다.

특별 프로그램에는 부모와 함께하는 경찰진로체험, 북한이탈주민 및 다문화 자녀 대상 진로체험, 불량식품감시단 체험 등이 있다.

이밖에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명예경찰소년단,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있는 경찰동아리 등 활동을 통해 청소년범죄 예방 캠페인을 청소년들과 함께 벌이기도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봉사활동 점수도 얻을 수 있어 이런 활동에 적극적이다.

청소년경찰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그램 참여자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014년 4.1, 2015년 4.23, 2016년 4.48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개소 이후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청소년경찰학교는 전주대 경찰행정학과 캠퍼스 폴리스 35명을 활용해 인력을 보충하고 이로 인해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외부강사 초빙으로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격장 시설 리모델링으로 최신식 사격체험이 가능하다.

전주완산경찰서 김완근 여성청소년계장은 “그간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이와 별도로 학부모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추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완근 계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 경찰, 가정이 함께 해결해야 되는 문제”라며, “이런 취지로 학부모 교육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엄벌 대상이냐. 교화 대상이냐”  

최근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우리나라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가해 여학생 4명 중 1명이 만 14세 미만으로 밝혀지면서 형사처벌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만 10세 미만은 범법소년, 만 14세 미만까지는 촉법소년, 만 19세 미만까지는 범죄소년으로 나뉘어 있는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또다시 소년법상 만 14세 미만까지의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 처벌이 면제될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들이 많다.

이 같은 논란의 한 중심에는 ‘반드시 엄벌이 필요하다.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과 ‘소년법의 폐지 보다는 교화가 우선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화 우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소년법의 취지가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엄벌과 함께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청소년 범죄가 날로 흉악하고 잔혹해지는 만큼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강도 높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며, 미성년자인 학생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결과를 가져와 사회적 격리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년법과 관련된 논란은 이번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인천에서 벌어진 8세 여자 초등학생 살인 사건, 지난 2015년 용인 캣맘 사망사건 때도 소년법 폐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범죄자로 낙인 찍기 보다 이들의 미래를 고려한 보호나 선도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하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정부도 뒤늦게 청소년 범죄를 방관할 수 없다며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소년법 개정과 학교 폭력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법무부 장관은 부처별 대응 방안과 부처 합동 TF팀 구성 등을 통해 논의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소년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야 모두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소년법 폐지보다 개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형벌을 강화하기 보다는 처벌의 신속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잔혹범죄는 형사처벌로 다스리고 가해자 교정을 강화하자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당사자의 노력이나 가족의 지지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나아가 지역사회, 국가의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청소년 폭력의 문제 역시 기존처럼 방치하거나 부모에게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모델을 만들면서 해결하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방이라는 것이다.

국가는 청소년을 권위적인 방식으로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권리의 영역을 넓히고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제도 또는 사회적으로 마련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청소년 폭력이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듯 예방 역시도 학교와 가정을 포함해 주변의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유범수기자
/사진=이원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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