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국민 30% 여행 정부 고속도 통행료 면제 소비지출 2조-생산 3.9조↑ 대기업 72.5%-中企 48% 등 규모 따라 휴식기간 차이 영세업자 휴일도 장사해야 "아이 맡길 곳 없어"난감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휴일을 늘리겠다는 공약으로 지난 5월부터 진행됐던 ‘임시공휴일 지정’ 논란이 마무리된 것은 물론 주말과 개천절, 추석연휴 등이 맞물려 10일이라는 긴 연휴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내수진작에 기대를 걸고 있고 상당수 사람들도 유례없는 긴 휴일을 반겼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연휴를 기대하는 사람들과 이를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10일이나 되는 연휴의 ‘유혹’

전주에 있는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A(41)씨는 아껴뒀던 여름휴가를 이번 연휴에 붙였다.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휴가를 낸 A씨는 23일부터 10월 9일까지 무려 17일이나 쉴 수 있게 됐다.

긴 연휴를 이용해 평소 가기 힘들었던 가족유럽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장기 해외여행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쉽지 않은 기회를 놓치기 힘들었다.

여행준비를 하고 있는 A씨와 가족들은 벌써부터 연휴를 기다리고 있다.

또 전북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김모(38)씨는 이번 연휴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장박(장기간 숙박 캠핑)’을 준비하고 있다.

평소 캠핑을 좋아하는 김씨 가족은 다른 가족과 함께 캠핑장을 장기 임대한 상태다.

추석 당일 부모님 집에 들른 뒤 연휴를 가족과 함께 캠프장에서 보낼 생각이다.

이처럼 이번 황금연휴에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여행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조사한 내용이기 때문에 왜곡의 가능성이 높지만 상당수가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또 임시공휴일이 지정되기 전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10명 가운데 3명이 국내나 해외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부도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인 10월 3∼5일 사흘간 고속도로 통행료도 면제하기로 하는 등 국내 소비진작을 기대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는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 소비지출이 약2조원 증가하고 이로 인해 생산이 약 3.9조원 늘어나는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쉴 수 없는 사람들의 ‘걱정’

전주시 덕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여·42)씨는 이번 연휴에 문을 닫을 수 없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이씨는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도 어려운데 연휴기간 편의점 인력 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편의점에는 대학생 시간제 근로자 3명과 이씨 등 4명이 시간을 나눠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추석과 임시공휴일 등이 겹친 10일의 연휴에 일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마냥 근무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향이 다른 지방이라 불가피하게 연휴기간 일을 할 수 없는 사정과 추석 전날과 당일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등 각기 다른 이유이지만 이씨는 이를 외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대체인력을 구해놓으라고 몰아붙이는 ‘모진’ 사업주도 아닌 이씨는 일주일 전부터 대체 인력 구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원자가 하나도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오롯이 이씨 혼자 긴 연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이들을 돌 볼 사람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남편도 연휴기간 업무를 봐야하는 처지인데다 10일이나 되는 연휴동안 다른 지역에 있는 친정과 시댁에 아이 2명을 부탁하기도 쉽지 않다.

이모씨는 “추석 등 연휴가 긴 경우 평소보다 매출이 떨어짐에도 더 많은 인건비를 지급하지만 편의점을 닫을 수 없어 매번 고민에 빠진다”며 “특히 10일이나 되는 이번 연휴는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어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최대 10일에 이르는 황금연휴를 모두 쉴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것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공무원들에게만 해당된다.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 등에서는 노사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유급으로 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그 외 사업장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황금연휴 10일을 모두 쉴 수 있는 직장인은 절반 정도인 52.9%에 불과했다.

2일과 6일 모두 쉬지 않는다는 응답도 25.0%로 높았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의 직장인 72.5%가 모두 쉬는 반면 중소기업 직장인은 48%에 그쳤다.

결국 대기업이 적은 전북지역의 경우에는 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황금연휴 10일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내 영세 자영업자들도 이번 황금연휴가 마냥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전북지역 자영업자는 27만5천여명으로 이 가운데 영세자영접자로 분류하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2만명에 달한다.

또 무급가족종사자 6만8천여명도 대부분 연휴를 즐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가 기대하는 국내 소비 증가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이 과거 해당 날짜가 임박해 결정한 것과 달리 4주 전에 결정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해외 관광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미 주요 해외 관광지의 항공편은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남아나 일본, 중국은 물론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까지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46만명)의 2배가 넘는 11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연휴기간 국내 여행객들은 도내 지자체들의 축제를 외면하고 있어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여행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국내여행을 하겠다는 응답자들이 선호하는 관광지 상위권에 전북은 없었다.

광역별 여행 선호지 1위는 서울로 전체의 19.5%를 차지했고 이어 강원 17.1%, 제주 15.9%, 부산 15.1% 등이었다.

또 선호하는 숙소는 응답자의 67.9%가 전북지역에 취약한 호텔을 꼽았다.

이번 연휴 기간 정읍시의 두승산청정메일축제(9월 29일부터 10월1일)을 비롯해 고창군의‘2017 꽃무릇 특별 템플스테이’(9월30일부터 10월 2일), 정읍구절초축제2017(1일부터 15일), 임실N치즈축제2017(6일부터 9일) 등을 진행한다.

/최홍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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