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집 은은한 멋 풍겨 사랑채-탱자나무 조화 양곡창고를 문화공간꾸며 쌀 수탈 아픈역사 간직해 조정래 아이랑 재현한 마을 주재소-면사무소등 세워져 전라도 3대서원 손꼽혀 금강 혼탁한 물줄기 상징

올해 추석 연휴는 너무나 길다.

무엇을 할까. 어디를 갈까. 고민생길 정도로 기나긴 추석 연휴다.

집안에만 있다 보면 각종 원망들이 쏟아진다.

아이들의 채근거리는 소리며 아내의 눈초리도 여느 때보다 매섭다.

외출할 준비가 다 됐다면 올해 연휴는 책과 관련된 장소를 찾아보자. 전국에 유행처럼 인문학이 퍼져 있듯, 올해 연휴도 유행 따라 책과 관련된 도내 명소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편집자주

△가람 이병기 생가

가람 생가는 1901년 건축된 것으로 특별한 건축적 특징은 없으나 양반집의 배치를 따르고 있다.

크지도 않고 옹색하지도 않은 집채 그리고 집 뒤의 대나무숲에 이르기까지 선비집의 은은하고 담백한 생활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생가엔 수우재란 사랑채가 있다.

지혜를 숨기고 겉으로 어리석은 채를 한다는 뜻의 수우재는 마치 일제 강점기 때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을 숨기고 살아간 본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집 옆엔 아주 오래된 탱자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수령이 최소 200년 이상 추정되고 있으며 높이가 약 5m에 달한다.

생가 옆 오솔길을 오르면 가람의 묘를 만날 수 있다.

모양은 우리 시대 최고의 국문학자답지 않게 조촐하다.

비석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생전 유언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삼례문화예술촌

이곳은 삼례 양곡창고를 2013년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삼례읍 후정리 구 삼례역 바로 옆에 조성된 문화예술촌은 1926년 일본인 지주가 건립한 회사의 건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회사는 삼례 뿐 아니라 익산과 옥구의 대규모 농장을 만들고 식민농업에 앞장섰다.

이 때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보관한 창고가 바로 삼례 양곡창고다.

이처럼 양곡창고는 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로 역사적 의의가 있다.

현재 6개 동은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 문화카페, 책공방북아트센터, 디자인뮤지엄, 김상림목공소, 책박물관 등으로 조성돼 있다.

이 중 책공방북아트센터는 북아트를 통해 다양한 표현능력을 고취시키고 옛 출판기계들을 한 자리에 만날 수 있다.

책의 역사가 정리된 책박물관은 시대와 주제별 기획전시 뿐 아니라 학습과 교양 그리고 전문학자를 위한 연구자료 등이 제공된다.

△아리랑 문학마을

우리시대 대표소설 조정래의 ‘아리랑’을 실제 그대로 재현한 마을이 있다.

이른바 ‘아리랑 문학마을’이다.

마을은 홍보관을 비롯해 소설 속 배경이 된 근대수탈기관인 주재소, 면사무소, 우체국 등의 건물이 세워져 있고, 소설 속 인물이 살았던 집들이 마치 실제 건물처럼 들어서 있다.

언뜻 보면 영화촬영을 위한 세트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교하며, 이 집 저 집을 들여다볼 때마다 소설 속 인물과 관련 내용이 머리 속에 떠오르게 된다.

비록 책을 읽지 않았다 해도 과거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걸음을 옮기면 눈앞에 들어서는 큰 건물이 있으니 하얼빈 역이다.

당시 역 규모를 60% 축소해 만든 이 건물은 내부에 국내외 독립운동가와 항일 투사 초상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실내 전시실은 우리 민족 수난사를 그대로 재현한 곳으로, 단순히 글과 사진으로 된 전시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제 당시 상황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정읍 무성서원

정읍 칠보면 무성리에 있는 무성서원은 필암서원, 포충서원과 함께 전라도 3대 서원으로 꼽힌다.

대원군 서원 철폐령에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 무성서원은 최치원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

신라말 고운 최치원은 이곳 태산태수로 부임해 8년 동안 근무했다.

이후 주민들은 사당을 세워 최치원을 기렸고, 조선 성종 때 서원을 만들어 현재에 이른다.

서원은 고운 최치원을 비롯해 불우헌, 신잠, 정극인, 송세림, 정언충, 김약묵, 김관 등 칠현을 모시고 있는데 1986년 국가사적 제166호로 지정됐다.

무성서원은 사당인 태산사와 강당, 동재, 현가루, 내삼문 등으로 구성돼 있고 주변엔 각종 비석과 비각이 세워져 있다.

서원을 한 바퀴 돌아보면 위세를 드러내기보단 소박한 형태다.

과거 선조들이 큰 소리를 내며 책을 읽었을 강당에 앉아 있노라면 유학을 중심으로 한 선비문화의 단면이 보이는 듯하다.

출입문 역할을 하는 현가루에는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그치지 않는다는 논어의 ‘현가불철(絃歌不輟)’ 즉 어려움을 당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학문을 계속한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군산 채만식 문학관

군산시 금강하구댐을 찾으면 유유하게 흐르는 금강 하류를 만나게 된다.

황해로 흘러들어가는 물답게 탁하다.

그래서일까. 탁류로 유명한 채만식 작가의 문학관도 이곳에 있다.

일제 강점기 군산을 배경으로 혼탁한 사회현상을 표현한 장편소설 ‘탁류’는 문학관 바로 앞에 흐르는 금강의 혼탁한 물줄기를 상징화된 작품이기도 하다.

문학관 건물외형은 항구 도시 군산을 연상케 한다.

부두에 정박하고 있는 선박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배’라 불리는 문학관은 지난 2001년 건립됐다.

우리 지역 출신 채만식 작가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1950년 4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난과 질병, 불행한 삶의 고통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소설, 수필, 희곡, 동화 등 채만식 작가가 남긴 작품은 1,000여편이 넘는다.

또 작가는 문학을 통해 근대 역사의 암울하고 부정적인 현상들을 돌이켜보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들의 삶의 좀 더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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