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안찰사영부터~근대 유산까지 역사가 말해주는 전라 중심지

전라도 정년 1,000년을 앞두고 전북의 위상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각 후보들마다 ‘호남홀대론’이 부각되면서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초 전북은 호남 또는 전라도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주도권이 전남으로 쏠린 게 사실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 저울추가 전남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전라도의 중심이었던 전북은 외면당했고,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희망조차 없는 곳으로 전락할 우려가 깊다.

전라도 정년 1,000년을 맞아 전북의 위상을 높이고 과거 영광을 재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편집자주


전북 그리고 전주는 고려시대부터 전라도를 대표하는 곳이었다.

그 근거로 전라도를 순찰하는 안찰사영이 이미 고려시대부터 있었다는 사실이다.

전주역사박물관 이동희 관장에 따르면 전주는 신라 9주의 하나로 이미 지방 통치의 거점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은 고려시대로 이어져 조선시대 관찰사와 비슷한 안찰사가 파견됐고, 전주에 안찰사영이 설치됐다.

이것은 조선시대 그대로 이어져 이후 전라감영으로 더 강화됐다는 것이다.

전북이 과거 전라의 중심지였음을 확인하는 문화적 자료는 수도 없이 많다.

전라감영을 비롯해 경기전, 완판본, 향교, 의병, 동학농민혁명 등이 다수의 키워드로 떠오른다.

전북은 백제시대부터 후백제까지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조선왕실의 본향으로 전라감영이 위치한 호남제일성으로 곳곳에 많은 유적이 있다.

조선말 동학농민군이 전주에 입성해 처음으로 관민협치가 실시된 땅이다.

경기전은 조선 태조 어진이 봉안됐고, 조선왕조 시조 사당 조경묘, 시조 묘역인 조경단이 있다.

게다가 임진왜란 때 유일하게 남았던 조선왕조실록 역시 전주사고가 보관했던 것으로 당시 조선 시대 4대 사고 중 지역민들이 사력을 다해 수호한 결과다.

전북은 문화예술의 고장이다.

한지의 본가로 전주부채와 전주에서 찍어낸 완판본과 관련된 유적이 풍부하다.

또 많은 천주교인들의 성혈이 흐르는 천주교 유적과 호남지방 개신교회의 선교부가 위치했던 종교적으로 많은 역사가 남은 땅이다.

이 지역을 전라도 또는 호남으로 부르는 이유는 널리 알려져 있다.

호남의 유래는 벽골제 또는 익산 황등제 아래 지역을 뜻하고 전라는 전주와 나주를 합한 말이다.

전북이 뒷걸음치게 되고 전남지역이 부상하게 된 것은 최근 들어서다.

1896년 8도가 13개도로 나뉘면서 전주 뿐 아니라 광주에도 도청에 들어서게 된다.

분도가 광주 성장 기반을 마련하게 됐고, 이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 정치, 경제, 문화 모두 감영 소재지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이 변화된 것이다.

근대화가 되면서 광주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됐고, 특히 전남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반면 전북은 비교적 소극적 형태를 대응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호남문화재연구소는 전남 담양에 본부가 있고 전북엔 지부만 있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전북에서 우왕좌왕 하는 바람에 전남에 건설 예정이다.

입지 문제를 비롯해 예산, 연구자 배분 등의 협의를 하는 와중에 광주는 2014년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5월 설립을 확정했다.

전남 역사학자들의 적극적 행보로 전남과 광주를 중심으로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추진되면서 전북 역사학자들은 어쩔 수 없이 2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역사적으로 전라의 중심이었던 전북이 이제는 ‘호남’이란 네임 밸류 주도권을 놓친 상황이 된 것이다.

김철배 임실군청 학예사는 “언제부터 호남에 대한 주도권을 전남에 넘겨주었나 상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호남 또는 전라에 대한 애정의 결과가 오랫동안 축적돼 결국 추월당한 것이기 때문이다”며 “호남이니 전라니 헤게모니를 쥐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우리를 먼저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호남학 부흥운동을 진행하지 않으면 지고지난한 작업이 무너질 수 있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기를 조명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주역사박물관 이동희 관장은 “역사 속에서 전주를 인식하고 현재의 전주를 발판삼아 미래를 찾는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며 “지난해는 전북이 전라도에서 분도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북인들은 전라도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전북인으로서 자아를 가져야 하며, 호남인이면서 전북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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