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법학박사)

전라북도의 현안 중의 하나가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추진이고, 전북도청에서는 이를 위해 ‘국가식품클러스터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입법을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내지 정부의 법안 제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북의 국회의원 가운데 누구 하나 법안을 발의한 것도 없고,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식품수도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역시 법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담당자는 기껏 “정부입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의원입법이 효율적이”라며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협의하고 있다”는 정도의 말만 하고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목마른 것은 전북도청이다.

특별법을 약속한 정부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국회는 목마른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물을 줄 사람들이다.

그러나 물을 달라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고, 그 모두에게 물을 다 줄 수는 없다.

전북도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법안을 만들어 국회의원에게 발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안 자체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경험을 통해 볼 때 넉넉히 잡으면 일주일, 집중하면 3~4일이면 충분하다.

물론 특별법안의 방향 내지는 내용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했어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전북도청이 정부에 대해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었다면 그 방향과 내용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구체적으로 확정했을 것이다.

남은 것은 그 내용을 법률의 형식에 맞게 구성하고 문장을 만드는 것으로 이는 어찌 보면 단순 노동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에는 열 명의 국회의원이 있고, 그 가운데 익산 지역구에 두 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특별법이 가장 절실한 전북도청의 의지만 있었다면 전북도청 차원에서 특별법안을 만들어 전북 국회의원을 통해 발의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했을 수도 있다.

특별법에 대해 정부가 반대하지 않고, 각 정당간 정략적 대상만 아니라면 내년 2월쯤이면 특별법의 결실을 볼 수도 있다.

정부가 약속했고 정치적 사안도 아니니 두 가지 요건은 이미 충족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전북도청에서 법안을 만들고, 전북지역 의원실을 통해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발의한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에 관련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되고, 법안심사 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에 회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안소위에서도 다른 법안보다 먼저 상정해서 심사될 수 있도록 치밀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내년 2월도 담보할 수 없다.

특별법을 추진하더라도 법이면 다 된다는 식의 ‘입법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법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법은 있으나 마나 하다.

정부가 반드시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중요 내용은 강행규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임의규정으로 하더라도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식으로 국회를 설득하고, 국회는 정부의 설득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일반법이든 특별법이든 일단 법이 만들어지더라도 숱한 한계에 부딪힌다.

필자는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실무자로서 제정법안을 실제로 많이 만들어봤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통과돼 현재 시행 중에 있다.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법안만 통과되면 관련된 분야의 예산이나 정책적 지원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법적인 근거가 있으니 예산을 요구할 수 있고, 특별법이기 때문에 다른 법보다 우선할 수도 있으며, 의제규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타 부처와 정책적 협의도 수월하긴 할 것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북도청의 적극적인 의지다.

국가식품클러스터특별법의 내용은 전북도청의 능력과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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